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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폭력의 감옥'에 갇힌 장애여성의 삶

장애여성 옥죄는 유·무형의 폭력 짚어보는 토론회 열려

장애여성들이 처한 폭력의 현실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16일 열렸다. 이날부터 열린 장애여성공감의 '난장 2003 숨'의 첫 번째 프로그램이었던 이 토론회는 장애여성을 가두고 있는 유·무형의 폭력을 조목조목 짚어 보는 자리였다.

장애여성들을 후려치는 가장 큰 폭력은 무엇보다 빈곤이다. 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은 "장애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떳떳하게 일하고 소득을 보장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며 그들이 집안의 천덕꾸러기로 학대당하고 버림받는 것도 구조적 폭력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류 소장은 특히 2001년 세상을 등진 최옥란 씨를 떠올리며 "뇌성마비 1급장애인, 여성, 어머니, 노점상, 수급권자 등 장애여성의 열악한 상황을 두루 갖추었던" 최 씨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었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최옥란'이 있음을 경고하며 이들에 대한 사회복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민중복지연대 유의선 사무국장은 최 씨의 죽음의 원인에는 '장애여성의 양육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야만성'도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국장은 그녀의 양육권 주장에 대해 '제 한 몸 돌보기도 힘든데 양육권을 주장하는 건 무리'라는 냉담한 주위의 반응으로 최 씨는 절망했었다고 털어놨다.

장애여성이 한 가족이라는 걸 수치스러워하며 이들을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무시와 폭언을 일삼는' 가족들의 태도 역시 장애여성을 멍들게 하는 일상적 폭력이라고 장애여성공감의 박영희 대표는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것은 자신들이 당하는 폭력을 드러내는 것조차 아직 힘들어한다는 것. 특히 시설이나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성폭력에 대해 '참고 사는' 장애여성들이 대부분인데, 이는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성폭력으로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인식과 함께 오갈 데 없는 이들의 처지 때문에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는 18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장애여성이 경험하는 가정폭력 드러내기'라는 문화제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