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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어제는 배달호, 오늘은 김주익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손배·가압류' 굴레에 목매 자살

지난 1월 두산중공업 배달호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손배·가압류가 또 하나의 목숨을 앗아갔다.

17일 오전 9시, 한진중공업노조 김주익 위원장이 129일째 홀로 고공농성 중이던 35미터 높이의 지프크레인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9월 9일자 유서에서 김 위원장은 "이번 투쟁에서 우리가 패배한다면, 어차피 나를 포함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 한사람이 죽어서 많은 동지들을 살릴 수가 있다면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며 오래 전부터 죽음을 각오했음을 드러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3월부터 '인력체질개선'이라며 전체 노동자 2800명 가운데 25%인 650여 명을 강제사직 시켰고, 이때부터 시작된 2002년 임단협 투쟁은 해를 넘겨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 올 6월 노동부 중재로 임금교섭과 해고자 복직, 손배·가압류의 원만한 처리 등이 잠정 합의됐지만, 사측의 불이행으로 물거품이 됐다. 이에 김 위원장이 홀로 크레인 위로 올라가 항의 농성을 시작하자, 7월 22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전면파업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이달 2일 사측의 고소로 노조간부 6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사측은 파업으로 인해 300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노조에 대해 150억원 상당의 손배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13일에는 한진중공업 마산특수선지회 조합원 180명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미복귀 조합원 모두에게 개별 손해배상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미 91년부터 2002년까지 6차례에 걸쳐 조합원 113명에게 18억 원의 손배소송이 제기돼 현재 노조는 조합비 전액을, 조합원들은 임금의 절반을 가압류 당한 상태이고, 김 위원장 등 노조간부 7명은 살고있는 집까지 가압류 당한 상태다. 이렇듯 손배·가압류를 이용한 사측의 집요한 탄압이 김 위원장을 결국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배달호 씨 분신 이후 정부는 3월 노동관계 장관회의를 통해 '손배·가압류를 자제시키고, 법·제도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신중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운송하역노조, 굳모닝한주, 인천지하철 등에서 새로 손배·가압류가 진행됐고, 철도파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75억의 손배소송을 내 지탄을 받았다. 10월 현재 민주노총 산하 48개 사업장이 1727억원의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굴레에 묶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