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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정부 구조조정 정책, 저임금·고용불안 부추겨

<기획연재> 공공부문 간접고용 실태와 대안 ③

97년 12월말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2000년 말까지 △공공부문 민영화 △14만 명에 이르는 인력 감축 △외주 용역화 △각종 복지제도의 축소 △성과주의 임금체계의 도입 등이 진행되었다. 2001년부터는 이른바 '상시적 구조개혁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다.

정부산하단체를 강제하는 기획예산처의 구조조정 지침은 공공부문의 경영혁신 원칙으로 '건물 등 시설물 관리, 주차장 관리, 식당운영 등 비교적 단순기능을 수행하는 업무' 등을 민간 위탁할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출연연구기관에는 정규직 대 비정규직 비율을 3:7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장기적 과제로 제시되었다. 도시철도공사는 94년 설립 당시 이미 예상 정원의 30%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출발하였음에도 99년 2월에는 정원의 20.8%에 해당하는 1천6백56명을 감축하였다. 이 과정에서 모자라는 인력을 용역으로 해결해왔다.

부산 해양대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정부조직 개편 방침에 따라 정원이 감축된 국립대 방호·위생직 정원은 신규로 채용할 수 없고, 이미 인력 감축에 따른 용역비가 국고예산에 편성되어 있었다. 부산 지하철의 경우 2002년도 경영혁신추진지침에 따라 83개 역사 중 34개 역 매표업무를 민간 위탁하였다. 그러나 명목상 위탁일 뿐 실제로는 간접고용으로 2002년 11월 부산지방노동청에서 불법파견으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노동자를 물자로 파고 사는 조달청

이런 정부의 지침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조달청 물자조달계약지침'다. 이 지침에는 교육기관, 정부투자기관, 지방자치단체, 국가기관 등 2만 6천여 개 공공기관의 경우 '품명 당 5천만원 이상인 내자 물자'의 용역계약을 조달청을 통해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들 공공기관들은 조달청의 최저낙찰제로 결정되는 업체와 용역계약을 맺게 된다. 정부는 99년 9월 9일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2조 3항의 '예정가격의 100분의 90이상으로 입찰한 자로서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로 결정한다'는 규정을 삭제하여 '최저낙찰제'를 도입하였다. 이로써 무조건 낮게 써서 응찰하는 용역업체가 계약을 수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조달청의 조달계약 지침은 민간업체의 용역 입찰의 경우에도 기준으로 적용된다.

2000년 서울대 용역업체로 선정된 (주)대호안전관리공사는 대학당국이 원래 책정했던 28억 8천만 에 훨씬 못 미치는 23억 1천만 원에 용역계약을 따냈고, 그런 만큼 노동자들은 예년에 비해 5만 원 정도 깎인 임금(여성 미화원 40만원, 남성 미화원 45만 원)을 받게 되었다. 이와 같은 경우는 부산해양대, 서울대공원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결국 '최저낙찰제'는 이미 최저임금 수준인 조달청 예상 입찰가격보다도 더 낮은 수준에서 용역계약이 낙찰되도록 하여,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를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 단체의 잘못된 민간위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동안 시설관리원, 환경미화원, 도로보수원 등 각 직종별로 30% 이상의 인력이 감축되었고, 민간위탁이 추진되었다. 이것은 행정자치부의 '지방자치단체 비정규 상근인력 관리운영지침'등 구조조정 지침의 결과이다. 의정부시는 99년 7월 가로청소업무를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하기로 결정하면서 환경미화원들을 강제 전직시켰다. 이때 미화원들의 월급은 50만 원씩 삭감되었다. 또 평택시는 2002년 12월 31일자로 도로보수원 전원을 우선 정리해고한 뒤, 보름도 더 지난 올 1월 17일에야 민간위탁 입찰공고를 냈다. 더욱이 민간위탁 예산이 이전에 비해 1700만원이나 증가해 비리의혹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처럼 강행 처리된 정리해고에 대해서는 지난 5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와 같이 정부에 의해 진행된 구조조정과 각종 지침은 인력 감축과 외주용역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비정규 노동자의 양산과 저임금, 고용불안을 정착시키는 주도적 역할을 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