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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민연금 뿌리부터 흔들린다

'보험료 올리고 연금액 내리는' 정부 개정안 비판 고조

정부가 '노후 생계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뿌리를 뒤흔드는 방향으로 관련법 개정안을 내놓아 노동계와 사회단체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소득의 일부를 적립해 노후에 생존권을 위협받지 않고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할 사회보장정책의 하나다.

보건복지부가 19일 입법 예고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개정 법률안은 현재 소득의 9% 수준인 보험료율을 오는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올려 2030년에는 15.90%까지 인상하도록 했다. 반면 국민연금 가입기간 40년을 기준으로 해 현재 소득의 60% 수준인 연금수급액은 내년부터 55%로 줄고 오는 2008년부터는 50%로 더 낮아진다.

국민연금 발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예를 들어 가입 기간 40년을 다 채우고 월 평균소득이 136만원인 사람의 경우, 연금수급액은 81만원에서 67만원으로 14만원이 준다. 국민연금 평균 가입자에 해당하는 20년 가입 평균 소득자가 받는 연금액은 월 34만원이 된다.

정부는 현행 연금 급여율과 보험료율을 그대로 유지할 때 2036년에 수지적자, 2047년에 재정 고갈을 맞게 된다며 재정 합리화 방안으로 이번 개정안을 내놓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한국노총·참여연대 등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은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보장 기능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며 "이번 방안을 전면 폐기하고 가입자의 입장에서 새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민주노총 오건호 정책부장은 "국민연금액이 줄어들면 사적 생명보험 시장이 확대되고, 노동자와 서민들의 노후생활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소 재계는 낮아진 국민연금액은 기업연금과 사적 연금으로 보충할 수 있다며 공적연금의 약화를 통해 사적 연금 시장의 확대를 꾀해왔다.

또한 노동계와 사회단체들은 "정부 개정안은 재정고갈 위기를 지나치게 부풀리고, 연금재정을 오로지 가입자의 보험료로만 메우려 한다"며 "무리하게 보험료를 인상할 게 아니라, 국가가 국민연금을 살리기 위해 세제 개혁, 국고 지원 등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독일, 스위스, 스웨덴 등의 국고지원금은 연금 급여 지출비의 약 20%에 달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최저 소득등급의 농어민에 대한 보험료 지원과 국민연금관리공단 관리운영비 지원을 제외하면 지원이 전무한 상태다.

한편, 국민연금기금 운용위원회의 개편 내용도 이번 개정안의 문제로 지적되었다. 현재는 형식적으로나마 과반수가 넘는 가입자 위원을 개정법안은 총 위원 9인 중 4인으로 줄였고 이들마저도 '금융전문가'로 한정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김연명 교수는 "위원을 금융전문가로 한정할 때 국민연금 기금을 투자 수익률을 기준으로 운영하게 돼 국민연금의 기본 목적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며 가입자의 대표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