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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국'을 바라보는 7개의 시선

폭력과 억압 장치 고발하는 <옴니버스 제국> 제작 막바지


'제국'은 과연 어떤 모습인가? 현재 제작중에 있는 <옴니버스 프로젝트-제국>은 독립영화 진영의 젊은 감독 8명이 생각하는 '제국'의 양상과 본질을 총 7편의 단편영화로 표현해내고자 한다. 7편의 작품이 바라보는 '제국'은 초국가적인 지배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과 국제기구들, 미국이 주도하는 패권적 세계질서, 일상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가부장적 시선에 이르기까지 범주가 넓다. 프로듀서인 최진성 감독은 "개인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모든 장치가 제국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모두 "폭력과 억압에 대해 알레르기를 지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각 감독이 드러내고 싶은 제국의 모습은 다소 상이하다. <빅 브라더>의 최현정 감독은 예비 신혼부부를 촬영하는 사진기자의 시선에서 권력의 질서를 기록한다. 뿐만 아니라 사진기자의 시선을 해석하고 있는 카메라를 든 감독 자신의 시선까지 성찰하려고 시도한다.

<뻑큐멘터리>와 <그들만의 월드컵>을 통해 인권영화제와 만났던 최진성 감독은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고 한다. 조지 부시는 물론 노무현, 후세인, 빈 라덴, 김정일 등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세계의 권력자들을 풍자하겠다는 것.

윤성호 감독은 <산만한 제국>을 통해 단편적이라 취급하기 쉬운 사회 현상들이 실은 고리에 고리를 물고 통합적인 네트워킹을 이루고 있음을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추적한다. 가령 '하이 서울 페스티벌과 보아를 키운 이수만의 사이', '이라크 침공과 네이스 시스템의 사이'를 고찰하면서 세계화의 질서가 투영된 크고 작은 지형도를 들추어 낼 생각이다.

<매향리로 돌아가는 먼길>에서 전쟁과 폭력, 군사주의의 횡포를 고발했던 고안원석 감독은 비슷한 맥락에서 <핵...우산을 쓰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미국의 핵" 문제를 다루면서 무장한 세계화의 핵심인 미 군사주의의 폭력을 얘기하기 위해서이다.

장건재 감독은 <싸움에 들게 하지 마소서>에서 폭력이 되풀이되고 있는 학교를 '제국'의 하나로 상정해 그 부정적인 측면을 드러내고, 김곡·김선 감독은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 문제를 실험적인 다큐멘터리로 표현한다. 김동명 감독은 인간의 욕망이라는 차원에서 '제국'에 접근할 생각이다.

<옴니버스 프로젝트-제국>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실험영화, 극영화, 다큐멘터리, 뮤직 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고정화되어 있는 기존의 영화 형식과는 다른 면모를 선보인다고 한다.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이 작품은 올 9월과 10월쯤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