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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대법 "10기 한총련도 이적단체"

대법 냉전논리 고수…한총련 문제 해결 역풍 우려

최근 한총련 합법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지난해의 10기 한총련도 이적단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아 그 파장이 우려된다.

13일 대법원 1부(재판장 서성 대법관)는 지난해 6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10기 한총련 의장 김형주 씨(전 전남대 총학생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해 지난 1월 광주고법에서 내려진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 뒤, "10기 (한총련) 역시 그 지향하는 노선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통일노선과 그 궤를 같이함으로써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적어도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이적단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10기 한총련은 그 강령 및 규약의 내용과 표현을 온건한 방향으로 개정하려고 시도(피고인이 구속된 뒤 실제로 개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한 바 있으나, 이는 남북관계 등 여건의 변화에 적응하여 부득이하게 취한 조치이거나 합법적인 단체로 인정받아 활동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조치일 뿐, 그것만으로 이적단체성이 청산되어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0기 한총련은 이적 규정의 핵심 근거가 됐던 '연방제 통일 강령'을 '6·15 공동선언 이행'으로 개정하고 여성·장애인 등의 인권보장 항목을 추가하는 등 시대 변화를 반영해 강령과 규약을 개정한 바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사건 변호를 맡은 이상갑 변호사는 "대법원이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해 국가보안법을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그 폐해를 줄여줄 것을 기대했으나, 종전과 같은 판결을 되풀이해 아쉽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또 "북한이 더 이상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다수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전제 하에 북한과 동일한 내용을 주장했다는 것만으로 한총련의 '이적성'을 판단한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여전히 냉전논리에 사로잡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데서 나온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며 비판했다. 시민모임은 또 "현 사회체제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입증되지 않는 한 사상·표현의 자유는 제한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대법원이 그러한 위험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한총련을 다시 한번 이적단체로 판결한 것은 사상·표현의 자유를 질식시키는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고 규정했다.

한편, 이번 판결이 10기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최초의 대법 판결이기 때문에, 향후 10기 한총련 관련 미결수들의 재판이나 수배 해제 등의 현안에 끼칠 파장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검찰 공안세력들이나 수구 보수언론들이 다시 한총련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를 높일까 우려된다"면서 "이번 판결은 한총련에 대한 기존 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일 뿐, 이를 근거로 최근 한총련 합법화나 수배해제와 관련한 정부의 전향적 입장을 후퇴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