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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권력의 입맛에 맞는 '사상'을 진상하라는 것인가

사상전향제가 공식적으로나마 폐지되고 그 아류작이었던 준법서약제마저 사실상 폐지된 지금, 검찰이 여전히 한 학생조직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상전향'을 요구하는 폭력을 서슴지 않고 휘두르고 있다. 한총련 '탈퇴'를 강요하며 6년째 학생 자주조직의 대의원들에 대한 마녀사냥을 일삼아 왔던 검찰이 이제는 합법화와 불기소 처리라는 달콤한 미끼로 한총련의 공개적 노선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한총련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한 공개 간담회에 현직 검사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한 김경수 법무부 검찰3과장은 과거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공안논리를 내세우며 '노선, 강령 등에서 한총련의 변화가 없이는 검찰의 사법처리 방향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나아가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신봉과 자유민주주의 통일 방안의 공개 선언' 등을 구체적 예로 들며 사상전향의 내용까지 제시하는 '대담한' 언사를 일삼았다. 이러한 주장은 한총련이 자신의 주장과 노선을 검찰 나으리들과 수구․공안세력의 마음에 들게끔 바꾸어 진상할 때까지 한총련과 학생운동가들에 대한 탄압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으름장에 다름 아니다.

검찰로 대표되는 수구 공안세력이 한총련에 대한 탄압을 통해 궁극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바는 '민주질서'를 어지럽히는 '친북․좌경 폭력세력의 소탕'도, 한총련의 노선과 강령에서 북한의 그것과 동일한 내용이 삭제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한총련이 권력의 입맛에 맞게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변경함으로써 끝내 권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권력 앞에 무릎을 꿇고 권력에 저항하는 것은 무력한 몸짓에 불과하다는 패배주의를 만연케 함으로써, 정치적 비판세력이 움틀 가능성 자체, 권력에 도전하는 '불온한' 정신 그 자체를 거세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한총련 탈퇴 요구가 민주주의와 기본적 인권을 압살하는 국가권력의 폭력인 것과 마찬가지로 한 조직의 기본 주장의 변경을 강요하는 것 역시 국가권력의 폭력임은 분명하다. 그러하기에 우리가 요구해야 하는 것은 한총련에 대한 '권력의 포용'이 아니라, 사상과 비판세력에 대한 탄압의 중단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