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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대체 입법은 국가보안법의 복사판"

인권단체들, 법무부에 사상․표현의 자유 의견서 제출


11일 다산인권센터, 인권운동사랑방 등 18개 인권단체들이 강금실 법무부장관에게 '사상·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번 의견서는 최근 강 법무부장관이 국가보안법의 대체 입법과 주동자를 제외한 한총련 수배자 불구속 수사 방침 등을 밝히고 있는 것과 관련, 새 정부의 인권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 나온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의견서에서 최근 강 법무부장관이 밝힌 '양심수 사면복권과 준법서약서 폐지, 노동부문과 공안부문의 분리 방침'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 평가하면서도, 국가보안법의 대체입법과 한총련 수배자의 선별 불구속 수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사면 제외 방침에 대해서는 "새 정부가 확고하게 세워야할 인권의 원칙과는 거리가 먼 인식"이라며 비판했다.

특히 인권단체들은 국가보안법의 대체 입법 발상 자체를 거둬들일 것을 촉구했다. 인권단체들은 "과거 정권들도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대체 입법을 거론해왔고 김대중 정권은 구체적인 개정안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이들 모두 국가권력이 자의적으로 개인의 사상·양심을 재단하고 처벌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국가보안법과 대동소이한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단체들은 "유엔 자유권위원회(인권이사회)도 '한국의 특수 상황이 과대 평가되어서는 안되며 일반 형법으로도 국가안보를 해치는 행위를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면서 대체 입법 없는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촉구했다.

인권단체들은 또 과거 정권들이 보수·공안세력 눈치보기에 급급해 국가보안법의 일부 조항의 개정마저도 이뤄내지 못했던 역사를 상기시키면서 보수·공안세력에 분명한 태도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활동가는 "보수·공안세력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그 법을 통해 억압적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자신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이견을 절충할 것이 아니라, 철저히 인권의 원칙과 관점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의견서에는 국가보안법뿐만 아니라 양심수, 한총련 이적규정, 보안관찰법 등 우리 사회에서 사상·양심의 자유를 억압해온 법·제도의 개혁 요구도 함께 포함됐다.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억압장치들이 제거되지 않는 한, 사상·양심·표현의 자유는 물론 민주주의도 실현될 수 없음을 지적하며, 현 정부가 과거 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