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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개선 가져온 대만의 대체복무제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특권층의 병역기피와는 구별되어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원의 첫 무죄 선고 이후 이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비등한 속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는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대만의 대체복무제도를 참관한 후 1일 보고대회를 열었다.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 이석태 변호사, 평화인권연대 최정민 활동가,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보고대회에서 대만의 대체복무제도를 통해 한국의 대체복무제 도입의 가능성이 논의됐다.

한홍구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난 50년 간 현대전의 양상변화, 동·서 냉전체제의 붕괴,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성장과 민주화 등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도 병역제도는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며 낡은 병역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한 "학력이 고등학교 중퇴 이하라는 이유로 공익 판정을 받은 신체등급 1∼3급 중 54%가 현역을 희망하고 있는 반면, 자신의 종교적·평화적 양심을 지키기 위해 감옥으로 향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공존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개인의 선택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것은 분명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석태 변호사는 "현재 대만은 대체복무가 현역의 임무에 비해 결코 쉽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오히려 현역을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대체복무자들에 대한 자격심사가 군·학계·사회인사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에 의해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복무 기간도 현역에 비해 4∼11개월이 길다는 점에서 형평성의 문제 제기가 차단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하는 모든 나라들이 언제나 초기엔 많은 논란을 거듭해 왔다고 전하는 최정민 씨는 "병력의 효율적 배치를 위한 실용적 제도 개선으로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한 대만이 대체복무자들의 사회 봉사를 통해 사회복지분야의 급속한 발전을 이룬 예처럼 대체복무제도는 인간이 행복할 권리까지 충족시키는 제도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은 국내 언론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문제를 소수 종교의 문제나 병역 기피의 문제로 왜곡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감옥행까지 감수하며 병역거부를 하는 이들과 특권층의 병역 기피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의 대체복무제도는 군사 훈련이 필요 없는 대체복무자들의 훈련을 면제시키고, 평화주의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전문자격이나 자원봉사를 통해 자격요건을 갖추고 대체복무에 지원케 함으로써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할 경우 병역기피자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걱정은 대만의 경우에 비추었을 때 설득력이 없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과 사회봉사를 하도록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판단이 필요한 이 때, 대만의 경험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