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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한상희의 인권이야기

목표 상실한 검찰개혁 논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비리수사처, 특검제 등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향한 개혁논의들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핵심이 빠져있다. 보기 나름으로는, "검찰파쇼"라는 비아냥의 대상이 될 만큼 강고한 조직문화를 자랑하는 검찰로 하여금 정치적 중립이라는 미명하에 민주적 통제로부터 벗어날 가능성까지도 빚어내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검찰을 감시·감독할 수 있는 인권의 수호역을 담당할 제도적 장치에 관한 논의가 빠져 있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정치장관이 통할하는 법무부가 그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법무부내 거의 대부분의 고위 관직은 검찰이 장악하고 있다. 심지어 인권과까지도 검찰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다. 인권의 역사가 형사사법권에 대한 투쟁사와 같이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 국가의 인권을 책임지는 부서가 바로 '인권의 적이었던' 검찰의 손 아래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를 넘어 일종의 배신이다. 그러다 보니 인권과장이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국에는 인권문제가 없다"는 대담무쌍한 발언까지도 주저없이 하게 된다. 혹은 법률구조공단이 피고인에게 변호인을 구해주는 것은 검찰의 수사와 공소에 대항하는 셈이므로, 형사사건에 대해서는 법률구조를 않겠다는 과거의 코메디도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검찰개혁 논의가 형식적 법치의 실현을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면, 특검이니 뭐니 하는 시류 영합적인 것이 아니라, 검찰을 감시해야 할 법무부가 오히려 검찰의 식민지로 존재하는 현실을 혁파할 방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무부를 장악한 검찰을 본래의 자리인 검찰청으로 되돌려 보내는 한편, 법무실의 한 하부조직으로 처량하게 배치되어 있는 인권과를 인권국 혹은 인권송무국으로 확대개편하여 인권전문가와 국가변호사를 배치하는 것이 급선무다. 민주국가를 표방하면서 한 국가의 인권행정과 정책을 총괄할 집행기관을 하나의 과 단위로, 그것도 검찰의 손 아래 휘말리는 형태로 두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법제에 관한 한 그리 선진적이지 않은 일본도 법무성에 인권옹호국을 두어 인권침해사건의 조사·처리, 인권상담, 인권의식 향상, 법률구조 등을 총괄 집행할 뿐만 아니라 이를 보좌하기 위한 지역의 하부조직까지 가지고 있다.

실제 이러한 개혁안은 DJ정권 초기부터 제기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검찰권력과의 결별을 각오하지 못한 집권층은 애써 이를 무시하였다. 실질적인 조사권조차 없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설치해 놓고선 인권대통령 운운하였을 뿐이다.

법무행정에서 검찰인력을 제거하고 인권조직을 강화하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인권부서가 강화됨으로써 인권신장에 기여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인적으로 독립된 법무부가 검찰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준거로 인권기준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래서 그것은 지난 80년대이래 우리 민주화의 긴 여정에 한 매듭을 지우는 작업이 된다.

(한상희 씨는 건국대 법대학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