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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징계, 가압류…노동자 분신․사망

비인간적인 노조탄압이 부른 비극

9일 징계와 가압류에 따른 경제적·심적 부담을 견디다 못해 한 노동자가 분신·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인은 두산 중공업 노조의 전 대의원 배달호(50)씨로 분신 직전 '회사의 가혹한 노조탄압과 임금 등의 가압류 문제'를 고발한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배씨는 유서에서 "출근을 해도 재미가 없다. 해고자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뭉클해지고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는지?"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이제 이틀후면 급여 받는 날이다. 약 6개월 이상 급여 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 없을 것"이라며 괴로운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두산 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5월 회사가 산별 집단 교섭을 하겠다던 약속을 어기고 교섭을 거부하자 파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노조간부 89명 징계 해고, 22명 고소고발과 구속, 총 78억의 손해배상 청구와 재산, 임금 가압류였다. 이 과정에서 배씨는 지난해 7월 구속됐고, 9월에 출소한 후 곧바로 3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배씨는 징계기간이 끝나 사업장으로 복귀했지만, 배씨의 재산과 임금은 이미 가압류된 상태였다. 임금까지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배씨는 부인과 두 딸을 남겨둔 채 분신이라는 극한 상황을 선택하기에 이른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창근)은 성명을 통해 "사용주들이 노조를 꺾기 위해 노동자의 월급과 재산을 압류하는 등 사상초유의 비인간적인 만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두산 중공업의 악랄한 노조탄압이 배씨의 죽음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용성 회장 퇴진 △노조탄압실상에 대한 정부차원의 진상조사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실시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철회 등을 촉구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까지 민주노총 산하 39개 사업장이 맞은 손해배상 및 가압류 금액만 천삼백여만원에 이를 정도로 손해배상과 가압류는 신종 노조탄압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두산 중공업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은 배씨의 죽음은 "노조 탄압이 가져온 타살이 분명하기 때문에 고인의 뜻에 따라 이 자리에서 해결하겠다"며 시신 옆에 천막 6개동을 설치하고 300여명이 모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따라 배씨의 시신은 두산 중공업 사내 '노동자 광장'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