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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마마' 노동자를 아십니까?

"체불임금 해결, 고용승계" 두달째 농성


"나도 답답해요. 마길평이 그 놈, 내가 생각해도 나쁜 놈이요. 부도 나더라도 임금은 줘야지! 우리가 알기로 지네들은 몇억 정도 챙겼다는데…. 노동부에서라도 나서면 뭔가 해결될 수도 있을텐데."

9월 19일, 관악지방노동사무소 앞에서 '마마노조 사수와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결의 대회'를 갖고 구로공단 역까지 행진하는 조합원들을 따라다니며 "차도로 행진하지 말고 제발 인도로 올라가라"던 남부경찰서 한 정보과 형사의 말이다. "집시법에 주요도로로 지정돼 차선으로는 행진을 못하게 돼 있는데…, 인간적으로 어떻게 막아요?" 그러면서도 전경 80여 명을 길 건너편에 늘어서도록 한다.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단다.


부도 낸 사장은 도망가고

(주)마마의 마길평 회장과 마준호 사장이 부도를 낸 건 6월 26일 저녁. (주)마마노조가 결성된 건 6월 19일. 체불임금문제를 제외한 사안에 대해 노사간의 합의가 있은 뒤 불과 몇 시간도 안 돼 노조가 접한 첫 소식이 바로 '부도'였다.

회사는 이미 3~4개월 째 임금을 체불하고 있었다. 전임 노조위원장 신성아(29) 씨, "체불임금 받을 방안을 연구하다가 노조를 만들었죠." 서울남부지역 금속노조의 한 조합원, "신성아 씨는 제 친구거든요. 평소에는 아주 조용하고 노조위원장 같은 것 못할 친구로 보였는데…. 상황이 사람을 떠미는 것 같아요."

몇 달씩 임금이 체불된 상황에서 해결책은 노조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을 거란다. 조합원들은 부도 직후 회사자산을 압류하고 현장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마길평 회장, 마준호 사장은 코빼기도 안 비치고, 구조조정 전문회사라는 시데코(대표이사 김중기)가 (주)마마를 인수하겠다고 나타났다. 노조와 시데코는 체불임금 청산, 8월 31일까지 새로운 공장부지로 이전, 고용승계를 골자로 8월 3일 '이행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합의서는 이행되지 않았고, 노조원들은 시데코에서 8월 31일부터 9월 4일 새벽까지 농성을 벌였다.

그마저 시데코가 9월 4일 인수포기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다시 부도 이전으로 돌아갔다. 시데코는 인수포기 의사를 전하며 마씨 일가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마마의 부실채권이 예상을 훨씬 초과한 3백80억원에 이르러 인수를 못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노조 때문에 인수를 못한다"고 딴소리를 하고 있다.

신성아 씨는 "체불임금 청산과 완전한 고용승계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요구"라고 단언했다. "마씨 일가는 길평전기에서 마마전기, (주)마마로 오는 동안 회사에 채무가 많아지면 고의부도를 내 채무와 노동자의 임금을 털어 버리고 다른 법인을 차려 밥솥 장사를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 마길평, 마준호 부자가 이번에도 공장계약 만료일인 6월 30일을 앞두고 부도를 낸 것이라는 주장이다.


싸우며 배우는 '노동자'

회사부도 후 오랜 싸움을 거치면서 조합원들은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의 문제에도 적극적인 연대를 하게 됐다. 지금까지 마마 노조가 지역노조 투쟁과 민주노총 집회에 참가한 것만도 20회가 넘는다.

서울 남부지역 금속노동조합 일신통신 김남숙 분회장은 "19일 일신통신 현장에서 회사가 구성한 구사대와 싸우는데 마마 노조원들이 달려와 큰 힘이 됐다. 조합원들은 회사 정문 밖으로 일방적으로 밀려나면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먼지 속 천막농성장을 지키며

철거되는 건물 한 켠에 천막을 치고 농성한 지도 56일 째. 마마 조합원들은 임금을 받은 때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잘 못한다. 서울 시흥동 코카콜라 옆길로 50미터 정도만 들어가면 눈에 띄는 천막하나가 그들의 농성장이다. 농성장 담 너머에서 한창 철거가 진행중인 건물이 (주)마마의 건물이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임에도 천막은 먼지로 가득하다. 근처에 있는 동사무소에서 물을 길러오고, 부탄가스로 불을 밝히는 마마 노조의 천막. 한 조합원은 길어온 물로 빨래를 해서 천막 안 줄에 널고 있다.

천막 옆 깨끗한 건물에서 나오는 한 아주머니, "시데코라는 데서 인수 안 한다면 저 어린 사람들은 뭘 하고 살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내 아들, 딸 또래고 임금 못 받은지도 한창이라는데…."

배수진 신임 노조위원장은 "3월 이후 월급구경을 못해 봤다. 가을은 그냥저냥 버티겠지만 올 겨울을 지낼 옷 살 돈도 없고, 방세를 어떻게 낼지도 걱정"이란다. 80명의 조합원 중에는 18~21세의 어린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고등학교 때 취업 나왔다가 그대로 눌러앉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마마 노동자들의 막막함을 사회에서 외면한다면 이들은 영원한 미아가 될지도 모른다." 한 서울남부지역 금속노조원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