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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 자녀들

미등록 신분이 지속되는 한 근본적 해결책 없어

몽골 미등록 이주노동자 자녀들이 다니는 몽골학교의 몽골인 오동투야 선생님은 "요즘 이곳 몽골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갑자기 찾아온 추위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감기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는 부모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갈 시간이 없다. 아이들은 저녁 늦게 부모가 간신히 구해다주는 약으로만 치료받아야 한다. 여기에 비싼 병원비도 한 몫 한다. 4살짜리 아이를 둔 한 몽골인 어머니는 "아이가 아플 때는 병원에 데려가지만 남들보다 비싼 병원비를 내야한다"고 하소연한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 및 그 자녀들은 공적인 의료보장서비스를 전혀 받을 수 없다. 다만 민간 차원의 의료지원 활동만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대표적인 민간 의료지원으로는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회와 무료진료를 들 수 있다.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회의 경우 가까운 외국인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로 가서 5천원의 가입비를 내고 매달 5천원의 회비를 내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발급해준 의료카드를 소지하면 의료공제회와 협약을 체결한 병원에서 40%∼70%의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의무적인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가입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현재 약 1만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가입한 상태지만 30만 명에 가까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수에 비하면 매우 적은 비율이다. 이렇게 가입률이 적은 이유로 '부천 외국인노동자의 집' 권복순 씨는 "아프지 않은 이상 (의료공제같은 것을) 찾지 않고 홍보가 덜 데다 실질적인 지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양 이주노동자의 집 이영아 씨도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일일이 인근 지원센터에 신고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 자녀들에게는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안양 이주노동자의 집 이영아 씨는 "자녀는 원칙적으로 1명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언젠가 파키스탄 가정에 4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3명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경우 "어머니가 공제회에 들면 자녀들이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모두 맞벌이를 하는 경우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 자체가 힘들다. 몽골인 오동투야 씨는 "부모가 모두 일을 나가면 아이 혼자 집에 남는다"며 "아이 혼자 병원에 갈 수가 없으니 마냥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약 작은 병이 아니라 큰 병인 경우에는 각 지역의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나 이주노동자의 공동체로부터 도움을 얻는다. 부천 외국인노동자의 집 권복순 씨는 "필리핀 여성이 아이를 낳았는데 선천성 기형이라 현재 소아응급실에 있다"며 "이 아이의 경우 이주노동자 공동체와 의료공제회, 시의 지원 등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부천 외국인노동자의 집 권복순 씨는 "정부에게 어떤 무상의료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무리"라며 "의료보험 재정이 거의 바닥수준인데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 지원하라고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결국 이주노동자들도 한국인들처럼 의무적으로 의료보험제도에 가입시켜 소득 수준에 따라 의료보험료를 내고 의료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이들의 신분이 미등록에서 합법적인 신분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