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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검열로 오염되는 열린채널

<주민증>․<에바다>, 방송불가 처분…시민들 자체검열 강화 우려


지난 8월 28일부터 KBS 앞에서 독립영화인들과 시민단체연합으로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KBS <열린채널>의 검열에 대해 항의하는 것. <열린채널>은 KBS 시청자위원회 부속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협의회)에서 편성을 맡고 있다. 협의회가 지난 4월 이마리오 씨(서울영상집단)가 제작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주민증>)에 대해 편성불가 판정을 내린데 이어 7월에 박종필 씨(다큐인)가 제작한 <에바다 투쟁 6년-해아래 모든 이들의 평등을 위하여>(<에바다>)에도 같은 판정을 내린 것이 이번 시위의 도화선이다.

주민등록증 제도의 문제점을 된소리로 지적하고 있는 <주민증>에 대해 협의회가 문제삼는 부분은 '제목'과 '박정희 대통령 생가 장면'이다. "~ 찢어라"라는 말이나 박대통령을 들먹이는 것이 방송에 부적합하다는 것. <에바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에바다농아학교의 비리와 이에 맞선 원생과 사회단체의 투쟁을 기록한 이 작품이 퇴짜 맞은 이유는 "일부 내용의 초상권 침해와 명예 훼손 우려" 그리고 "재판중인 사건을 방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마리오 씨는 <주민증>의 방송불가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으로 맞섰지만 협의회는 설득력 있는 해명 없이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이씨는 최근 행정소송을 진행중이다.

열린채널은 2000년 방송법 개정으로 국민의 공공채널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공채널은 거대 자본과 기술 그리고 시설이 집약되어 있는 방송(사)을 소수가 독점하는 체제에 대한 저항과 반성으로 만들어진 공공의 자산이다. 열린채널의 파행에 대해 협의회에 시민단체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이주영씨는(영상미디어센터 홍보실장) "공공채널 접근권이 실현되기 힘든 방송법 자체의 문제는 물론이며 현재는 특히 협의회 운영위원 구성의 불공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는 △현재 9명 위원중 KBS 직원을 포함, 자문변호사까지 모두 6명이 KBS 관련자로 되어 있고 △프로그램 편성은 2/3의 위원이 찬성해야 통과되기 때문이다. 두 작품이 편성 불가되고 난 후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주제'를 다루는 작품이 점점 줄고 있어 시민들의 자체검열 강화도 우려된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시민단체협의회에선 △협의회의 독립기구화 △프로그램 신청절차의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한 개정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 10월로 운영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된다. 퍼블릭 액세스의 본령에 맞는 '공공채널'로 진입할 것인지 시청자 참여라는 '구색맞추기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