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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야간외출금지, ‘음성감시장치’ 도입

내년부터 보호관찰 성매매 사범 등에 적용 예정

보호관찰 대상자 중 성매매 사범 등이 밤에 외출하지 못하도록 감독하는 음성감시장치가 법무부에 의해 개발, 내년 전국 보호관찰소에 보급될 계획이다. 법무부는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상습 성매매 청소년 등의 범법자에 대한 효과적인 재범방지 수단으로 야간외출금지 명령제도가 도입돼야 하며 △이를 위해 명령이행 상황을 감독할 수 있는 감시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동음성감독시스템'이라 불리는 이 감시장치는 법원으로부터 야간외출금지명령을 받은 보호관찰 대상자에게 밤 10시 이후 전화를 걸어, 수신자의 음성을 통해 보호관찰 대상자 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수신자가 해당 보호관찰 대상자가 아니라고 판명되면, 감시장치는 자동으로 담당 직원에게 통보하게 된다.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정책실장은 "이런 것들이 직장에서는 재택근무 노동자들에게 사용될 수 있다"라며, "사회적 감시시스템으로 확장되는 하나의 출발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결국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고 프라이버시권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어떤 기술이 발달해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사회에 보급될 때 그 기술이 인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으면 보급이 중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성폭력추방운동센터 최영희 부장은 "성매매 상습범이건 아니건 간에 이렇게 감시당하는 게 인권차원에서 가능한 일인가?"라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최 부장에 따르면, '상습 성매매 청소년 등의 범법자'란 개념도 잘못됐다. 청소년들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어른들과 '원조교제'를 했다 하더라도 범죄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상습 성매매 청소년은 법무부가 음성감시장치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대표적인 재범방지 대상으로 지목한 범법자다.

야간외출금지 명령제도가 성매매·성폭력 사범에게 적용되더라도, 재범이 방지될지는 의문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정유석 인권부장은 "성폭력 사건은 70% 이상이 아는 사람에 의해서 발생한다"라며, "야간에 우발적으로 생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라고 말했다. 최영희 부장도 "성매매가 밤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시 이후에 전화를 걸어 재범을 방지하겠단 말은) 어폐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전자감시제도 연구자는 "결국은 어떤 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냐가 (전자감시제도) 성공여부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 관찰과 관계자는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은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며, 대상자 선정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다.

현재 법무부는 보호관찰소 직원을 대상으로 음성감시장치의 물리적 결함을 확인 중이라고 한다. 내년 상반기 보급이 완료될 때까지 2천7백만원이 넘는 국고가 투입될 전망이다. 적용 대상도 모호하고, 재범방지의 실효성도 미지수며, 심각한 인권침해가 우려되지만, '자동음성감독시스템'은 이 모든 문제를 뒤로하고 조용히 현실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