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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쇠창살'만 보이는 재판부

법원 '성매매 집결지 화재참사에 국가 책임 없다'…여성단체 반발

군산시 개복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참사의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아래 여연)과 변호인단(대표 변호사 이정희)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행정기관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며 강력히 항의, 항소 입장을 밝혔다. 지난 14일 재판부(서울지법 민사합의 17부)는 "국가와 전라북도, 군산시는 화재로 인한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여연 김금옥 정책국장은 "법원의 이번 판결은 지난 군산 대명동 성매매 업소 화재사건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재판부의 기존 판결과 모순된다"며 "대명동 사건은 쇠창살의 설치를 이유로 행정기관의 책임을 물었던 반면, 개복동 사건에서 창문의 폐쇄나 특수키의 설치를 행정기관의 책임 밖으로 규정하는 것은 너무나 형식적인 법적용으로 성매매 문제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부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지난 2000년 발생한 군산 대명동 성매매 업소 화재사건에서는 "경찰이 쇠창살의 존재를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오히려 업주들로부터 뇌물을 받는 등 책임을 방기했고, 전라북도 또한 소방책임이 있다"며 업주에게 5억9천여 만원, 국가와 전라북도에게 6천7백 만원을 각각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김 씨는 "(개복동의 경우)경찰서에서 50미터 거리의 대로에 있는 업소의 상태를 경찰이 알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성매매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경찰과 업주와의 유착이 근절되고 수사체계가 정착이 되는 등 행정의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오히려 재판부는 판결에서 국가와 지자체의 직무유기를 방관하며 행정기관의 책임을 누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산 개복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 참사는 지난 2002년 1월 감금 상태에 있던 성매매 피해여성 14명이 화재로 숨진 사건으로, 유가족이 같은 해 4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손배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