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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유럽 극우파 확산, 이민정책 보수화

아침마다 프랑스경찰, 난민희망자 추격전


프랑스-영국간 열차 유로스타 해저구간의 출발지점인 프랑스 칼레 해변에서는 터널을 통과해 영국으로 도망가려는 난민희망자와 프랑스 경찰간의 한바탕 추격전이 매일 아침 벌어진다. 작년 여름 처음 전세계에 그 충격적인 장면이 보도된지 일년이 지났으나 이 목숨을 건 추격전은 오늘도 반복되고 있다. 한 프랑스 경찰은 매일 아침 이들을 검거해 다시 칼레 난민수용소로 이송하는 일이 마치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것 같다고 전한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모로코, 중국 등지에서 흘러들어 온 난민희망자들은 프랑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난민지위획득과 난민수용소의 열악한 상황을 피해 해저철로를 따라 영국으로 넘어가려는 것이다.

유럽연합 내에선 현재까지도 이민정책에 관해서만은 정치적 민감성으로 인해 공동정책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전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극우파의 세력확장과 더불어 이들에 의한 이민정책의 보수화가 우려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까지 올라 충격을 줬던 민족전선의 르펭 후보의 주된 공약은 '유로화 탈퇴'와 함께 '이민유입 금지'였다. 네덜란드 극우보수정치인 포르투인의 암살 2주 후 열린 총선에서 극우보수당이 2위를 차지했고, 벨기에․덴마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미 네오나치 정당이 연정에 참가하고 있다. 이들 유럽 극우보수당들의 대부분의 기조는 '이민유입반대'.

한편 오는 7월 유럽연합 의장국 선출을 앞두고 덴마크의 중도우파 라스무센 수상은 지난 25일 "이민봉쇄, 사회보장 약화 등 덴마크가 최근 채택하고 있는 사회정책들을 다른 유럽국가들도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스웨덴 이민장관은 "난민희망자에 대한 마녀사냥"이라고 비판을 가해 논쟁이 빚어졌다.

이렇게 극우보수세력들이 이민정책 설정을 주도하는 것을 우려해, 각국 정상들도 대책을 세우는 데 분주하다. 지난주 현 유럽연합 의장국인 스페인 아즈나르 수상과 영국 블레어 수상은 다음달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이민정책 관련 문제를 정면으로 풀기로 합의했다. 한편 블레어는 이와 관련해 "소말리아, 스리랑카, 터키 등에 원조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독일 슈뢰더 총리와 최근 재선된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도 지난 28일 "난민에 대한 인도적 책임은 계속 지되, 이민유입에 대한 단속과 제한은 강화되는 방향으로 유럽연합 이민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거"라고 합의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밝혔다.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7월 유럽연합 의장국 선거 전 극우보수 세력과 신자유주의세력간의 이민과 난민에 관한 정책대결이 있을 거라고 관측하며, "이는 기존 이민정책의 보수화의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인권활동가는 "최근 이민정책의 보수화 경향은 9.11 테러사태 이후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과 편견에서 비롯한 것일뿐 불법이민에 대한 근본 해결은 될 수 없을 것"이라며, "국제인권법과 인도법에 따른 국가의 난민에 대한 의무가 점차 무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경제전문가들은 "출산 기피․인구노령화 현상으로 노동력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에서 이민노동자가 없다면 유럽경제는 붕괴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