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말레이시아, 테러 방지 핑계 기본권 침해

마하티르 방미 계기, 사회안전법 비난 증가


말레이시아의 사회안전법(Internal Security Act: ISA)에 의한 기본권침해가 국제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13-15일 마하티르 수상이 '반테러 협약' 체결을 위해 미국을 방문해 미국 인권단체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 7월 미국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사회안전법에 의해 구속된 안와르 전 부수상을 포함한 정치적 수인들의 석방 없이는 미-말 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었다. 그러나 9.11사태 이후 상황은 반전되어 "테러방지를 위한 노력에 감사하기 위해" 이번 말레이시아 수상과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CNN에 따르면 9.11사태 이후 말레이시아군과 미군은 국제테러조직의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합동훈련을 펼치고 있으며, 테러자금이동에 관해서도 합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현재 62명이 알 카에다 네트워크와 연결된 이슬람 군사그룹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어 수감된 상태이다.

이번 방문에 대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옌드체칙 아시아담당 워싱턴국장은 성명서에서 "마하티르 수상은 사회안전법에 의한 정치탄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테러전쟁을 악용하고 있다. 부시정권은 이러한 기회주의를 거부하고, 사회안전법 철폐 등 말레이시아의 인권개선을 위한 조치를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AI)도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마하티르 수상이 사법부 독립, 정치적 구속 중단, 고문 중단을 약속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아태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회담에서도 미 부시 대통령은 인권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아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샀다.

말레이시아 판 국가보안법인 사회안전법은 현재 장기집권하고 있는 마하티르 수상에 의해 정치적 반대자 숙청을 목적으로 빈번하게 악용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이 법에 의해 현재 105명이 넘게 수감되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정치적 반대자, 종교적 소수자, 학생운동가라고 한다.

사회안전법은 "국가안전에 위험할 것으로 보여지는 행위를 '할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 대해 재판 없이 무기한 구속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감자에 대해서는 변호사 등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60일 동안 독방에 감금시킬 수 있게 하고 있다.

한편 지난 90년대 초 마하티르 수상은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수상과 함께 개인의 인권 이전에 국가의 안보가 우선시되어야 하는 아시아적 특수 상황을 강조하는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해, '보편적 인권'을 주장하는 국제인권단체 및 학자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었다. '아시아적 가치'는 현재까지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정부의 주요 인권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