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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검사조사실 포승·수갑 사용 헌법소원

"묶인 채 조사 받는 건 국민 기본권 침해" 주장


피의자가 포승과 수갑으로 몸이 묶인 채 검사조사실에서 수사를 받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헌법소원이 청구됐다.

지난달 21일 서울경찰청 형사들에 의해 체포된 이종필 씨(23)는 "구속이후 검사실에서 4차례 조사 받는 동안, 줄곧 팔과 상반신이 꽁꽁 묶인 채로 있었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신체의 자유, 무죄로 추정될 권리 등을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하며 18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국가보안법상의 '이적단체 구성'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씨는 올해 한양대학교 총학생회장이며, 현재 성동구치소에 구금돼 있다.

이 씨는 심판청구서에서 "검사실에서 조사 받는 동안 포승줄과 수갑 때문에 팔을 움직이는 것은 물론 어깨를 움직이는 것조차 매우 어려울 정도였으며 인간적인 모멸감까지 느꼈다"며 "이 때문에 신체의 자유는 물론, 심리적으로 자기를 방어·변명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지난 달 28·29일과 10월 4·5일, 상반신을 묶인 채 서울지검 동부지청 308호 검사실에서 조사가 진행되자 "자유로운 상태로 진술하고 싶다"고 담당검사에게 요청했다. 이에 검사는 함께 있던 교도관에게 "도주 우려가 없는 것 같으니 풀어주라"고 했다. 그러나 교도관은 "규정에 따라 계구(피의자를 계호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해체할 수 없다"며 검사의 요구를 묵살했다.

교도관이 이 씨를 풀어주지 않은 것은 '계호근무준칙' 제332조 1호 및 2호 규정에 의거한 것. 훈령은 교도관이 피의자에 대해 △계구를 사용한 채 조사실 내에서 근접해 계호할 것과 △검사로부터 교도관의 '퇴실 또는 계구의 해제'를 요청 받았을 때 이를 거절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씨의 청구대리인 김승교 변호사는 "법무부 훈령인 계호근무준칙은 행정규칙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따랐다고 해서 무조건 적법한 것은 아니"라며 "지금은 구속된 피의자도 경찰 조사단계나 법정에서 조차 수갑·포승으로 묶이지 않는데 유독 검사조사실에서만 계구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3월 훈령을 개정해 원칙적으로 검사조사실을 제외한 검찰청 모든 곳에 대해 계구 사용을 금지한바 있다.

한편, 구치감에서의 포승·수갑 사용에 대해서는 지난 98년 인권운동사랑방 서준식 전 대표가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이 이미 석방됐으므로 권리보호 이익이 없"고 "이후 법무부가 훈령을 개정해 구치감 내 계구사용을 금지했으므로 수갑사용 행위가 반복될 위험이 없다"며 2000년 4월에 와서야 각하결정을 내렸다.

각하결정 당시, 하경철 재판관만이 "수갑사용 행위가 반복될 위험이 없어 본안 판단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다수의견에 유일하게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