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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스케치> 한강에서 자살한 경비교도대원 김성철 씨

군인도 교도관도 아닌 젊은이의 죽음


한 젊은이가 9일 새벽 한강에 몸을 던졌다. 그와 함께 있던 친구가 말릴 겨를도 없이 그는 한강 밑으로 깊이 빠져버렸다.

김성철 씨(23)는 마산교도소 소속 경비교도대원이었다. 그는 지난해 4월 군에 입대했다. 그는 군에 입대한지 1년도 안되어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이었다.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국방부와 법무부, 경찰을 안타깝게 찾아다니며 사체인양을 호소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정부의 각 부처가 서로 자신들의 소관사항이 아니라는 떠넘기기였다.

국방부-경비교도대는 법무부 소속이기 때문에 우리가 인양할 수 없다.
경찰-단순자살 사건에 경찰이 나서서 인양작업을 할 수 없다. 우리에겐 장비도 없다.

"내 자식을 나라를 지키라고 군대를 보냈지, 죄수 감시하라고 교도소에 보냈냐"며 항의도 해보았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가족들은 난감했다. 2대독자인 아들을 잃은 김씨의 부모는 속을 태웠지만, 한강 물에 가라앉은 아들의 시신을 그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결국 10일 오후 마포경찰서의 주선으로 민간 인양업자를 만나 돈을 주고 인양작업을 하기로 하였다. 처음 민간업자가 제시한 금액은 7백만원, 겨우 합의 끝에 5백50만원에 인양작업을 하기로 하였다.

가족들은 김씨의 유해를 서대문구청 옆에 있는 세림간호병원에 안치하였다.

김성철 씨는 서울대 경제학과 2년을 마치고 지난해 4월 군입대를 했다. 그러나, 입대 직전 그는 불행히도 발목 인대를 다쳤다. 인대 다친 다리는 냉찜질을 해도 약을 먹어도 가라앉지를 못했다. 결국 그는 전북 사병훈련소로 입대했고, 거기서 그는 경비교도대원으로 차출되었다. 법무부 연수원에서 하반기 훈련을 마치고 그가 배속 받은 곳은 마산교도소였다. 하지만, 그는 훈련소 생활이 훨씬 행복했고, 차라리 전방에서 근무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가족에게 보낸 편지로 호소했고, 친구들을 만나 자신의 고통을 호소했다.

"아직 이곳은 원시적인 군대다. 구타와 온갖 비리의 온상이다"라고 말했다고 김씨의 친구들은 말했다. 그는 인대가 아프다고 호소하였지만, 돌아온 것은 고참들의 구타와 '서울대생이 엄살 피운다'는 정신적인 모멸감 뿐이었다.

그의 호소가 너무도 안타까와서 가족들이 국군통합병원에 의뢰를 했지만, 군인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입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산교도소측은 김성철 씨가 아무런 불편 없이 생활했고, 치료도 해주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고통을 느껴야 했다.

그는 지난 1월, 15일간의 휴가 기간동안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했고, 병원에서는 쉬지 않으면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도소 내에서 정상적인 치료를 받기는 불가능했다.

몸이 아프다는 호소를 끝으로 그는 자살했다. 그의 외삼촌인 김기정(42)씨는 "조카의 죽음을 두고 요즘 젊은이들이 의지가 약해서 죽었다고 할 지 모르지만, 자신의 처지에서 비리와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절망한 것 아니냐"며 "군인도 아니고 교도관도 아닌 신분으로 만드는 차출제도는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김씨의 유해를 13일 오전 벽제화장터에서 화장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