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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롯데호텔 과잉진압, 국가배상 판결

경찰불법행위 형사처벌은 기소유예 2명뿐


‘불법파업’에 불필요한 과잉진압으로 노조원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국가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안영률 부장판사)는 5일 경찰이 파업중인 노조원들을 경찰특공대를 동원해 섬광탄을 터뜨리고 경찰봉․방패 등을 휘두르며 진압하는 과정에서 임산부를 유산시키고 장애인을 다치게 하는 등 피해를 입힌 것은 정당성을 넘는 과잉진압이라며 김 모씨 등 노조원 27명에게 각각 1백~4백만원씩 모두 4천4백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섬광탄 사용 불법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장검증 등을 통해 “경찰특공대가 사용한 섬광탄은 175db 정도의 폭음(전폭기 이착륙시의 소음정도 약 160db정도)이 나고, 섬광탄의 불꽃으로 부근의 인화성이 있는 물질 등에 발화가 되는 사실이 인정되고, 밀폐된 공간에 투척되면 고도의 손상을 입거나 화상을 입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노조원들 1천여명 이상이 밀집돼 있고, 여성노조원이 60%이상이었던 점을 볼 때, 여러 발의 섬광탄을 투척할 경우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며, “섬광탄이 경찰특공대의 기본장비라고 해도, 섬광탄 사용은 그 정당성을 넘어서는 불법진압”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섬광탄 사용으로 당시 임신중이던 김 모 씨가 섬광탄 폭음과 연기 등으로 인해 심한 충격을 받아 자연유산의 한 원인이 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섬광탄 발화로 김 모 씨 등이 화상을 입고 △폭음으로 인해 유 모 씨 등의 고막이 파열되고 △장 모 씨 등이 폭발시 발생한 파편에 눈부위를 맞아 안구좌상 등을 입은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봉 사용 등 필요범위 넘었다

재판부는 또 “경찰봉, 방패 등으로 머리․안면․옆구리 등을 가격당하거나 찍혀 강 모 씨 등이 2주진단의 상해를 입은 사실”과, 특히 “변 모 씨가 진압을 당한 직후 장애인임을 알렸으나 경찰이 이를 무시하고 무릎으로 옆구리를 가격함으로써 늑골골절을 입힌 사실”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머리, 얼굴 부위 등에 대한 가격이 저항을 제압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며, 이런 상해는 “부당한 경찰장비의 사용에 의한 위법한 행위로 초래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른 노조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비디오 테이프 등의 검증결과를 볼 때 경찰들이 노조원을 일부 구타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것만으로 노조원들이 주장하는 폭행이 가해졌다고 단정할 수 없고, 위법하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한 404명의 노조원 중 377명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파업진압 자체는 위법 아니다

재판부는 또 “쟁의행위 금지기간에 이뤄진 롯데호텔 파업을 불법이고, 이를 진압한 것은 정당한 법집행행위”이며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는 점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호텔롯데 노동조합(위원장 정주억)은 지난 해 6월 파업을 벌이다 같은 달 29일 경찰특공대 등에 강제해산됐다. 이에 노조원들은 지난 해 8월 경찰의 과잉․폭력진압에 대해 11억 7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민주노총은 판결에 대해 5일 “법의 이름으로 롯데파업 폭력진압의 부당함을 확인”한 것에 대해 환영을 표시하며, “경찰의 진압작전이나 경찰특공대 투입자체는 위법성이 없다는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고, “폭력사실 및 그로 인해 입은 피해를 당사자가 입증해야 하는 소송절차 문제로 다수 부상자들의 소송이 기각된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최소한 진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벌은 기소유예 처분 2명뿐

한편 호텔롯데 진압과 관련, 법원에 의해 일부 불법행위가 확인됐지만 진압에 참가한 경찰 중 의경 2명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경찰이 ‘호텔롯데 노조 파업진압에 대한 경찰입장’이라는 글에서 “경찰봉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발길질한 사실이 확인되었는바…”라고 인정했는데도, 검찰은 “이들이 우발적으로 폭력을 행사했고 영창 5일의 징계처분을 받은 점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또 이들 의경을 지휘한 경찰 상급자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