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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한총련이라는 거울에 비친 우리

보수언론과 공안세력은 말한다. 한총련은 불온하다. 왜 불온한가? 활동방식이 폭력적이고, 이념적으로 친북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말한다. 한총련이 친북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싸고 돌아봐야 이로울 것은 없다고.

생각해보자. 한총련은 폭력적인가? 한총련이 항상 화염병을 던지고 항상 경찰을 때려죽이는 집단이었는가? 아니다. 공안세력은 알 것이다, 한총련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그들을 폭력적으로 만들었던 장본인이 누구인지를. 한총련을 폭력집단으로 낙인찍은 김아무개 씨 치사 사건이 일어나던 당시, 연세대는 전쟁터였다. 지상과 하늘, 모든 방위를 차단하고 옥죄어오는 무장경찰 앞에서 한총련 학생은 자신 한 몸 지켜내기도 힘들었다. 정권은 항상 학생운동을 불온시했고, 경찰은 정권의 뜻을 받들어 학생운동가를 때려잡기에 바빴다. 한총련이 전 세대 학생운동보다 더 폭력적이라는 건 의도적인 거짓말이다. 학생운동은 항상 공권력과 격렬하게 투쟁하며 자신의 뜻을 사회에 알려 왔다. '김주열'들이 그랬고, '6·3'들이 그랬다. 80년 공수부대의 대검과 총탄 아래 고혼이 된 젊음들이 그러했고, 87년 '박종철', '이한열'들이 그러했다.

한총련은 친북적인가?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를 외치던 60년 학생운동보다 더 친북적인가? 남북학생회담을 열기 위해 홍제동 아스팔트 위에 누웠던 전대협 세대보다 더 친북적인가? 지금 한총련을 타이르고 꾸짖는 4·19세대, 6·3 세대, 유신 세대, 전대협 세대들이여, 생각해보자. 당대에 학생운동이 '빨갱이 사냥'에 걸리지 않은 적이 있었는지를. 당대에 권력과 언론의 거친 공격에 시달리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를. 사람들의 냉대속에 싸우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란한 과거'를 가진 사람들조차 애써 한총련을 외면하는 이유는 뭔가? 세상이 변했기 때문에? 아니다. 세상은 별로 변한 게 없는데 자신들만 변했음을 인정하기 싫은 까닭이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 이치를 깨달은 듯 여론을 말하고 대중을 말하지만, 사실 대다수 여론이 학생운동에 호의적이었던 때는 4·19혁명, 87년 6월 항쟁 이외에는 없었다.

9기 한총련은 연방제 통일 강령을 삭제하고, 그 자리에 6·15 공동선언을 지지하는 내용을 넣었다. 학생운동이 자신의 전술적 오류를 시인한 적은 있어도 기본 주장을 바꾸면서까지 자신들이 국민의 일원임을 알리려 했던 적은 없다. 이런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총련에 냉담할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