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고질적 경찰폭력, 피해자 무신경도 문제

경기대 난입…개패듯 패놓고 무혐의 석방


'곤봉과 군화로 무장한 공권력의 학원 난입, 불법연행과 폭행 및 가혹수사' 더 이상 충격적이지도 않은 사건이 지난 25일 밤 경기대에서 또 발생했다.

25일 밤 11시경 서대문경찰서 소속 정·사복 경찰 20여 명은 경기대학교에 난입, 건물 내에 있던 학생 및 귀가 중이던 학생 등 12명을 연행해 마포·서부·서대문경찰서에서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아무런 혐의점이 없는 9명을 26일 낮 석방했고, 김주환(회계 96) 씨 등 3명은 조사를 이유로 풀어주지 않았다.

경찰은 25일 밤 신한국당 서울지부당사에 페인트병 등을 투척하고 달아난 학생을 체포한다는 명분으로 인근 경기대에 공권력을 투입했다. 현장범이 아닌 학생들을 연행한 사유에 대해 경찰은 답변을 회피했다.

이날 연행과정에서 경찰은 '연행사유나 변호인 조력권 등에 대한 고지'(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등 적법 절차도 무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대문서에서 조사를 받은 최영준(경영 91) 씨는 "연행단계는 물론, 조서작성이 끝날 때까지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란다원칙 완전 무시

또한 학생들은 연행과정은 물론, 경찰서 조사과정에서도 심한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최 씨는 "학교에서부터 신한국당사로 끌려가는 동안 곤봉과 주먹으로 시종 얻어 맞았다. 신한국당사 앞에서도 무릎을 꿇리고 신발을 벗겼으며, 벽에 머리를 쳐박은 상태에서 군화발로 찍어댔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서에서는 출입기자들의 눈을 속여가며 폭행이 자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바닥에 무릎을 꿇렸다가 기자가 들어오자 의자에 앉게 했다. 기자가 조사실에 있는 동안, 학생들은 복도로 끌려나가 구타를 당했다"고 말했다.


작년에도 한차례 당해

한편, 이처럼 불법연행과 수사가 빈발하는데는, 으레 당하는 일 정도로 치부하는 피해자들의 인식도 문제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8월 연세대 사태 여파로 각 대학마다 경찰력이 수시로 투입되던 때, 경찰은 수배자를 찾는다며 한밤에 경기대에 난입해 학생 43명을 동아리방 등지에서 연행했다. 결국 모두가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학생들은 아무런 법적 대응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대 교직원 박응규(학생과) 씨는 "부당한 연행에 대해 화를 내야할텐데, 풀려나는 것에 기뻐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