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송유관공사, 파견직 89명 계약해지

‘고용불안 안 된다’ 노동사무소 시정명령에 도전


올해 초 민영화된 공기업이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근로에 대한 시정 명령을 받고도 이를 바로 잡기는커녕 오히려 파견노동자 전원을 계약해지하고, 이에 대한 반발이 예상되자 군․경찰력까지 동원하려한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3일 대한송유관공사(대표이사 조헌제, 아래 송유관공사)는 오는 10일을 기해 (주)대송텍(대표이사 우태주) 소속 파견노동자 89명 전원을 계약해지하고 6일부터 자사 소속 30명을 대체 투입하겠다고 대송텍 측에 일방적으로 통지했다.

이는 성남지방노동사무소가 ‘전원 직접고용하거나 완전도급제로 전환하라’는 통보를 벗어난 것. 성남지방노동사무소는 대송텍 노동조합(위원장 최병운, 아래 대송텍 노조)과 전국민주화학섬유연맹(위원장 오길성)이 제기한 진정에 대해 7월 19일 보낸 ‘진정사건 조사결과 통보’에서 “송유관공사가 대송텍과 체결한 용역도급계약은 실제적으로 근로자파견에 해당되며 송유관공사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아래 파견법) 제5조 제4항을 위반한 것이다”고 통보했다. 당시 성남지방노동사무소는 송유관공사에 대해 “계약 해지로 인한 고용불안을 절대 야기시키지 말고 전원 직접 고용하거나 완전한 도급으로 전환하라”고 시정명령했다.

청천벽력과 같은 계약해지 소식을 전해들은 대송텍 노조는 “비정규직에게 해고나 다름없는 계약해지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5일 저녁부터 회사에서 퇴근을 하지 않았다. 노조는 6일 송유관공사 측과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 팩스를 통해 ‘(주)대송텍 근로자 불법집단행동대비책’(문서번호 TKP03000-277)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발견했다. 이 ‘대비책’에는 “계약해지 시한인 10일까지 직영 체제로 전환하고 10일 0시부터는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전원 비상 대기 근무”하라고 적혀있다. 또한 상황반, 대응반, 지원반, 후속지원반 등의 체제를 꾸리고 50명 이내의 인원이 남을 경우 경비용역직원과 본사직원을 정문에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 군부대동원계획도

이 대책에는 5명이내, 50~100명, 100명 이상 등이 남았을 경우 등에도 취할 조치를 명기하는 등 치밀한 사전조치를 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또 ‘대비책’에는 대송텍 노동자들이 저장소에 잔류할 경우 군부대 및 인근경찰서에 병력출동을 요청해 정문을 통제하고, 대송텍 노조원을 철수시키도록하고 있다. 이 ‘대비책’에는 사장과 운영본부장의 서명이 날인돼있다.

사측 문서에 대해 대송텍 노조 관계자는 “송유관공사 측에서 ‘10일 이후 작업장에 남으면 경찰과 군인이 투입될 것이다’라고 7일 으름장을 놨다”고 전하며 ‘대비책’이 면밀히 검토됐음을 엿보게 한다. 대송텍 노조측은 “송유관공사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점을 이용해 이런 조치를 마련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사시설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한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고 해서 쟁의를 제한할 수는 없다.


대송텍은 일할 권리가 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포항에서 의정부까지 기름을 수송하는 ‘한국종단송유관’(TKP, 아래 송유관)을 운영하는 회사로 SK, LG, 쌍용, 현대 등이 대주주다. 대송텍과는 지난 99년 9월 이후 도급계약을 체결해 인력을 공급받아 왔다. 송유관은 군시설로 분류돼있어 현재 국방부 소유로 돼있다.

대송텍이 주로 수행하는 업무는 전국 각지와 미군부대에 석유를 수송하는 업무며, 대송텍 노동자들은 송유관이 건설된 69년 이후로 길게는 20~25년 동안 동일한 업무를 해온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동안 미군 군속, 삼일사, 라이너스 등으로 소속이 계속 바뀌어 왔다.

대송텍 노동자들은 지난해 노조를 결성하고 올해 들어 “도급계약을 위장한 불법파견근로를 시정 해달라”며 지난 5월 전국민주화학섬유연맹(위원장 오길성)과 함께 성남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을 냈다가 7월에 노동사무소로부터 시정명령을 얻어낸 것이다. 당시 성남지방노동사무소는 구체적인 업무지시는 물론 사실상 인사, 징계권까지 송유관공사가 갖고 있어 실질적인 파견직임을 인정했다. 노동부 도급을 받은 용역업체가 노무관리의 독립성 내지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고 있지 않는 한 통상 근로자파견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파견철폐공대위 이병희 집행위원은 “99년 이전까지 공기업이었던 송유관공사가 공공연히 위법한 파견근로를 자행하고 또한 시설물 소유주인 국방부가 이를 방치․조장해 왔다”고 꼬집었다. 대송텍 노조는 지난 7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53명 참석자 중 51명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또한 파견철폐공대위, 전국화학섬유연맹 등은 8일 오후 국방부 앞에서 송유관공사와 국방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