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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김혜란의 인권이야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7월 19일 이름도 생소한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이하 발전노조) 초대 위원장 선거가 있었다. 초대라니?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노조란 말인가? 그렇다. ‘발전노조’는, 한국전력을 분할 민영화(사영화)하여 국내외 독점자본에게 팔려는 정부 정책으로 지난 6월 수력, 화력이 독립법인으로 분사되자 만들어진 노조이다.

새로 만들어진 발전노조는 전국 5개 지방본부, 37개 지부, 5,600여 조합원이 가입한 산별노조이다. 정부와 한전 경영 측이 5개 지역으로 발전사업을 독립법인화 했지만 노동자는 그것과 상관없이 산별노조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경영측은 만약 어용측이 산별위원장으로 당선되면 협조의사가 있지만 민주파가 당선될 경우 사무실도 내줄 수 없다고 공공연히 떠들던 차이다. 이때 민주파란 한전노민추가 발전적으로 전환한 전력노조민주화투쟁연대(이하 전민투련)를 말한다. 그러나 결과는 그들의 희망과는 다르게 전민투련 소속 이호동 후보가 3,333표, 61.1%라는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되었다. 5개 지방본부장 선거에서도 전민투련 소속으로 출마했던 3지역은 모두 1차에서 당선되었다.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민주노조가 건설된 것이다.

전력노조는, 5․16 군사쿠데타를 배경으로 몇 개로 흩어져있던 전력회사가 61년 한국전력주식회사로 통합된 이래 민주노조다운 활동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심지어 94년에는 어용노조를 유지하기 위해 조합간부 13인에 대해 특별히 정년을 연장하는 조합간부와 사측이 파행적으로 노조를 운영하기도 했다. 96년에는 본부위원장 선거과정에서 어용집행부의 독단을 참다못한 김시자 열사가 분신을 감행하였다. 위원장의 무수한 직권조인으로 점철된 한전노조의 역사는 그야말로 노동자에 대한 ‘배신의 역사’였다.

이제 그 배신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왔다. 이번에 당선된 후보진영이 단지, ‘민영화저지, 고용안정쟁취, 실질임금쟁취, 열사추모사업 및 해고자 복지, 민주노총 가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 아니다. 8년여의 투쟁속에 소수자로 남으면서도 노조민주화에 대한 신념 하나로 조직을 유지해온 전민투련이 뒤에 있고, ‘밟히면 밟히는 대로 살았지만 이것은 아니라는 마음과 마음을 모아 민주노조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전력 노동자가 있기 때문이다.

발전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은 김대중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기업민영화 정책에 단호히 맞서 투쟁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과제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아직 구축해야 할 교두보가 더 있다. 하반기에 있을 도시철도, 지하철 노동자의 선거가 그것이다. 그래서 이제 민주화된 철도와 발전노조는 이 두 선거에 자신들이 지원 받은 만큼 지원해야 한다. 하늘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김혜란 씨는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사무처장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