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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노비 계약’ 다름없는 타워노동

안전장치 없는 고공에서 월 280시간 의무노동


“만약 귀사에 손해를 끼쳐 변상 명령이 있을 시에는, 재판 절차 등의 유무에도 불구하고, 제반급여금(퇴직금 포함)에서 우선 공제하는 등 즉시로 변상하겠음.” ‘고용’을 빌미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에게 강요돼 왔던 서약서의 일부 내용이다. 사고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회사가 오히려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사법부의 판단여부는 애초부터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29일부터 파업투쟁에 들어간 타워노동자들은 이처럼 상식 이하의 근로계약 아래 ‘착취’를 당해왔다.

타워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체결된 근로계약의 내용은 이것만이 아니다. 타워노동자들은 월 280시간을 반드시 일해야 한다. 한달 30일 가운데 단 이틀을 빼곤, 매일 10시간씩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조차도 ‘현장사정에 의해 연장근무 가능’ 혹은 ‘현장과 협의 후’ 등의 단서가 붙는다. 그래서 실제로 타워노동자들은 월 평균 17일 이상 야간근무를 하며, 한달 내내 쉬지 않고 일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전국타워크레인노동조합(위원장 채수봉, 아래 타워노조) 이기석 선전부장은 “일요일에 쉬고 싶다는 것이 우리의 절실한 요구”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권두섭 법규차장은 “한달에 280시간 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타워노동자들의 근로계약이 터무니없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근로계약은 현행법률에도 엄연히 위배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은 주44시간이며, 근로시간의 연장 조항을 적용하더라도 월 224시간을 넘길 수 없게 되어 있다.


목숨까지 담보로

회사측에겐 노동자의 목숨과 안전마저도 안중에 없었다. 타워크레인에는 작동가능한 중량이 초과될 때 자동적으로 기계를 멈추게 하는 안전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작업량을 늘리기 위해 안전장치의 해체를 강요해 왔던 것. ‘계약 해지’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러한 위험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타워노동자들의 처지다. 더구나 회사는 산재보험조차 제대로 가입하지 않고 있다.

결국 타워노동자들은 △일요일 휴무 △임금체계 개선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등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며 파업에 돌입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이사장 신현태) 등 사용자측은 아직까지 진지한 협상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타워노조는 광주․대구․대전․부산에서 95% 이상, 서울에서 50~60% 정도의 파업참가율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