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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민 호주머니만 노리는 정부

의보재정 파탄, "의보통합 탓이 아니다"


의보재정 파탄으로 국민 건강권에 대한 최대위기가 닥쳤다. 언론들은 그 원인을 '무리한 직장·지역 의보통합과 의약분업 시행'으로 섣불리 분석하고 있지만 노동·사회·시민단체들은 이와는 다른 각도에서 국민건강권 정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단병호, 아래 민주노총)은 21일 오전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보험 재정고갈 원인은 의보통합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의료폐업을 무마하기 위해 부당하게 의보수가를 인상하고, 국고보조 약속마저 깨버린 정부에 있다"며 "의료정책 실패 책임을 노동자와 국민에게 떠넘기고 오히려 건강권을 침해하려는 정부의 보험료 인상시도를 국민들과 함께 저지하겠다"고 천명했다. 민주노총은 또 "소속 1천5백여 사업장에서 공동으로 '의료보험료 인상반대'를 올해 임단협의 핵심요구로 내걸고 연대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노총은 "99년부터 5차례에 걸쳐 과도한 수가인상으로 인한 국민 추가부담이 8조 3천여 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무리한 의보수가 인상으로 지출되는 예산뿐만 아니라, 각종 진료비가 연동돼있는 비급여부분과 의료보호·산재·자동차보험 등에서도 이미 4조 4천여 억 원의 국민 추가 부담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지금 의료보험 체계는 진료비의 반 정도밖에 보장해주지 않는 '반토막 보험'인데 국민부담을 더 늘려선 안 된다"며 "정부가 내놓은 20∼30%사이의 보험인상이 실현된다면, 올해 임금 인상요구율을 12.7%로 잡고있는 민주노총은 임금이 오르나마나 한 꼴"이라고 빗댔다.

이에 앞서 참여연대와 경실련, 민주노총 등 15개 단체들로 이루어진 '부당한 보험료 인상반대와 건강보험 개혁을 위한 노동·농민·시민단체 공동대책위'(아래 건강보험개혁 공대위)는 지난 20일 성명에서 "향후 있을 의료수가 조정은 반드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전제한 후 "99년 의료계·정부·시민단체 사이에 합의된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지속적인 약품 실거래 가격을 조사하고 약품가격을 추가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개혁 공대위는 또 "건강보험 위기는 국민 부담을 늘여서 풀게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의 실사권을 강화해 부당·허위 청구를 근절하고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개혁 공대위는 또 일부에서 제안한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나 '강제의료 저축제도' 같이 단기적 미봉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의약품 유통체계 개혁 △지역의료보험에 대한 획기적 국고 지원 강화 △포괄수가제·총액계약제 등 새로운 수가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지난 해 10월 참여연대는 보건복지부가 법률상 규정된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고 의보수가를 인상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냈으나, 헌재는 지난 해 12월 위헌의견 5명, 합헌의견 4명으로 기각됐다. 헌재의 위헌심판 정족수는 6명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