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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증언하러 왔다가 감옥간 사람

국정원, 영사관에 말하고 방북한 사람 구속


국가보안법 재판에 나선 증인까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해 '국정원이 무리한 법 집행을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28일, 국정원은 이적표현물 제작·판매 등 혐의로 기소된 송영현(42, 도서출판 살림터 대표) 씨 측 증인으로 나서기 위해 입국한 재미교포 송학삼(56, 민족통일학교 교장) 씨를 국가보안법 상의 잠입 탈출, 회합 통신, 이적표현물 제작·판매 공범 등 혐의로 구속했다.

구속영장에는 송학삼 씨가 반국가단체 구성원인 재일교포 김명철 씨의 지령을 받아 송영현 씨와 연락을 취하며, 『김정일의 통일전략』이란 이적표현물을 제작·판매했으며, 북한을 방문하여 지령을 받아 국내외를 넘나들며 수시로 송 씨 등과 통신을 주고받았다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송영현 씨 가족과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국정원 주장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가협 송소연 간사는 "국정원이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부풀렸지만 사건은 간단하다"고 잘라 말한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변해도 이런 책이 팔리는 걸 막겠다는 것, 그리고 이런 종류의 책이 출간되는 것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 국정원의 본심일 것"이라는 것이다. 김명철-송학삼-송영현 잇기에 대해서도 가족들은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다. 책의 저자는 김씨고, 판권이 송학삼 씨에게 있는 이상 책을 출간하기 위해 송영현 씨가 송학삼 씨와 연락을 취하고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인 데, 사업상 통신이 지령을 전달받는 관계로 탈바꿈해 버렸다는 것이다.

송 간사는 송학삼 씨의 방북을 국정원이 잠입 탈출로 규정한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송학삼 씨는 북한을 방문하기 전에 뉴욕주재 한국총영사관 부총영사와 이야기를 나눴고, 방문후에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문제는 김명철 씨가 반국가단체 구성원인가 하는 점이다. 송학삼 씨의 지령수수니 회합 통신혐의도 결국 김씨가 반국가단체라는 조총련 성원이라는 데서 유추되기 때문이다. 김씨의 책이 이적표현물이라는 근거도 사실은그 내용에 있다기보다 저자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씨가 조총련 성원이 아니라면 송영현 씨와 송학삼 씨의 혐의는 근본적으로 무너진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김씨가 조총련 성원이라는 믿을만한 증거는 단 하나도 없다.

국정원이 제시한 증거란 고작 '영사확인서' 한 장뿐이다. 이에 대해 송영현 씨 대리인 김승교 변호사는 "김씨가 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사'에서 일한 적은 있으나, 85년 퇴직했음을 확인하는 서류를 총련에서 받아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또 "과거 재일교포가 관련된 사건에서 반국가단체 성원임을 증명하기 위해 영사증명이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했는 데, "영사증명에는 대개 '일본관계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하는 형식이어서 증거능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김명철 씨가 쓴 『김정일의 통일전략』이 시중에서 팔리는 걸 막기 위해 "국정원이 엉성한 사건 하나를 급조했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