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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테러방지법안을 똑바로 보자


작년 11월 12일 국정원이 테러방지법안을 입법 예고한 직후 터져 나온 각계의 우려와 반대는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전혀 개의치 않고, 여야 총무가 2월 국회 회기 내 처리를 합의한 상태다.

국제인권법과 국내법을 포괄적으로 검토한 국가인권위원회의 반대 의견서도, "현행법으로 테러예방과 처벌은 충분하므로 테러방지법안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서도, 연일 이어지고 있는 인권사회단체들의 항의시위와 성명도 전연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안하무인이 아닐 수 없다.

국회 파행으로 이 법안을 심의할 정보위가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 할 상황이다. 싸우며 놀고 있는 국회가 국민에게 더 안전한 상황이라니 정치권의 행태가 참으로 한심하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이만섭 국회의장은 테러방지법안을 월드컵에 대비하여 조속히 처리해야 할 '현안'이라 말하고 있다. 덩달아 언론도 횡설수설하고 있다. 인권사회단체가 왜 이 법안에 반대하는지를 보도하고, 칼럼·기고문 등으로 반대여론을 설파하던 한겨레신문 등 언론까지 '테러방지법안 같은 현안을 방치'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파행국회를 질타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안이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한 법이라는 국정원의 선전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보도태도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확인되는 것은 사회 전반이 '테러'를 빙자한 테러방지법안의 '간판사기'에 말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테러방지법안을 똑바로 봐야 한다. 법안은 죄형법정주의를 거스르는 모호한 범죄 규정 위에 서있다. 그 모호성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집행할 권한이 국정원에 집중돼 있다. 스스로가 베일에 싸인 국정원이 역시 비밀조직인 대테러센터를 설치하고, 대테러대책 전반을 진두지휘할 권한을 갖게 된다. 국민의 감시가 결코 미칠 수 없는 거대권력이 테러방지의 미명 하에 또아리를 틀게 된다. 국정원에게 필요한 것은 재갈이지, 더 큰 권한이 아님을 새삼 말해서 무엇하랴.

지금도 넘치는 것은 국가권력이요, 테러예방과 처벌을 위한 법이다. 모자라는 것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침해된 인권을 구제할 법과 제도이다. 테러방지법안은 넘치는 것과 모자라는 것 사이의 불균형을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드는 첩경일 뿐이다. 제발, 테러방지법안을 똑바로 들여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