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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대우차 사태, 현 정권은 제무덤 파는가


도심 한복판을 장악한 경찰병력이 삼엄한 검문검색을 벌이고 있다. 성당이든, 식당이든 장소를 불문한 채 노동자를 잡아들이고,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사람에겐 곧바로 방패와 곤봉세례를 퍼붓는다. '계엄치하'를 방불케 하는 불법과 폭력, 요즘 인천시내의 모습이다.

작금의 '인천 사태'는 대우자동차 정리해고를 발단으로 한다. 지난 16일 정부와 자본은 대우자동차 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무려 1천7백50명의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내쫓았다. 그러나 대우차 부실의 책임과 고통이 어째서 노동자에게 전가되어야 하는가? 대우차 부실의 원인이 과도한 부채경영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자그마치 23조원을 해외로 빼돌린 김우중도, 경영진과 금융기관, 정부관료도 모두 멀쩡히 둔 채, 노동자들에게만 그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는 것이다.

김호진 노동부장관조차 정리해고 대신, 노조에서 제안한 '순환휴직'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도 기어코 정리해고가 단행된 이유는 뭘까? 요컨대 해외자본에 팔아넘기기 좋은 물건으로 맞추기 위해 수천명의 생존권을 내팽개친 것. 그것이 대우자동차의 정리해고다. 사태가 이러할진대, 앉아서 목을 내놓는 것은 미덕도 정의도 아니다. "인권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인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각성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주장하고 용기 있게 싸워나가는 사람과 사회에게만 주어지는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세계인권선언 50주년을 기념하며 던진 메시지가 아니었던가? 그렇다. 김 대통령의 메시지대로 노동자들은 자신과 가족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만 했다. 공장에서 농성을 벌였고, 거기서 쫓겨나자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거리시위마저 봉쇄되자 '무기'를 집어들었다. 그것은 정권이 노동자들에게 강요한 선택이었다.

정작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인권정부'니 '국민의 정부'니 하는 포장마저 거추장스러운지, 아예 노골적인 '폭력'으로 노동자들의 저항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를 적으로 삼은 대가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노동법 날치기로 수명을 재촉했던 김영삼 정권의 교훈을 정녕 잊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