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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5회 인권영화제 상영작> ⑥끝 올해의 인권영화상 후보작(한국작-2)


[데모크라시 예더봉 - 8888양공, 9999서울 2000/ 감독 박두병, 김이찬/ 제작 독립영화제작소 이몽/ 92분/ 다큐멘터리]

1999년 2월, 한국에서 '불법 체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로 구성된 정치단체가 생겨났다.

버마 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가 그것. 3000여명의 정치범 수감, 3호담당제, 팩스, 이메일 등 외국과 연락 가능한 모든 통신수단의 통제, 소수종족에 대한 초토화작전, 96년 이후 대학폐쇄… 버마의 상황은 어둡기만 하다. 38년째 계속되는 군사정권의 폭압 아래 조국의 민주화를 쟁취하려는 이들의 투쟁은 88년 8월 8일 버마인 총궐기가 있은 지 10년여 만인 지난 1999년 9월 9일 서울에서 계속됐다. 한남동 버마 대사관 앞에는 휘날린 버마민족민주동맹(NLD)의 깃발. 비록 많은 수는 아니지만 신분의 위험을 무릅쓰고 투쟁에 나서는 그들의 모습에서 '버마의 봄'을 미리 그려본다.


[보이지 않는 전쟁-인도 비하르 리포트 2000/ 감독 이성규, 이승준/ 제작 (주)옥토그라프/ 90분/ 다큐멘터리]

인도 헌법은 인구 15%를 차지하는 불가촉천민(Untouchable Caste)에 대한 차별을 폐지하였다. 또 헌법 제15조는 종교, 인종, 카스트 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를 규정하고 있고, 제17조에는 불가촉천민은 철폐되며, 이런 차별 사실이 발생할 경우 법으로 처벌할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가촉천민의 열악한 지위는 농촌지역, 특히 비하르(Bihar)와 같이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으로 갈수록 뚜렷이 존재한다.

1960년대 말 인도에서는 봉건적인 사회구조에 저항하는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좌익무장투쟁-낙살바리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 운동은 인도에서도 가장 가난하다고 알려진 땅 비하르에서 꽃을 피운다. 그러나 기득권의 반발은 폭력적이다. 사병조직을 동원한 상류층 카스트들은 하층 계급인 농업노동자와 불가촉천민에 대한 학살을 자행했고, 비하르는 점차 통곡과 학살의 땅으로 변해간다.


[인간의 시간 2000/ 감독 태준식/ 제작 노동자뉴스제작단, 현대중기산업노동조합/ 116분/ 다큐멘터리]

IMF로 정부의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던 1998년. 정부의 퇴출 발표로 하루아침에 일터를 빼앗긴 현대중기산업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투쟁에 나선다.

퇴출 명단 2백여 노동자들의 평균 나이는 40대 후반, 젊음을 바친 일터에서 한순간에 쫓겨난 '늙은 노동자'들은 조계사에서부터 현대 본사 앞, 영등포 산업선교회로 옮겨가며 무려 450여 일에 걸친 농성투쟁을 전개한다. 그러나 이들이 내지르는 함성에 대답하는 것은 주위를 에워싼 공권력과 구사대뿐. <인간의 시간>은 450여 일에 걸친 기나긴 투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 동지의 죽음과 해체된 가족만이 남겨진 우리시대 노동자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평행선 2000/ 감독 이혜란, 서은주/ 제작 노동자영상사업단 희망/ 72분/ 다큐멘터리]

98년 여름, 현대자동차에서는 자본과 정권의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자들의 뜨거운 한판 승부가 벌어졌다. 하지만 결국 타협이란 이름으로 노동자들에겐 가혹한 희생이 강요됐고, 277명이 정리해고 됐다. 이중 143명은 '밥주걱 부대' 식당아줌마들이다. 잘못된 정리해고는 되돌려야 한다며 나선 출근투쟁과 퇴근 후 정문투쟁, 그리고 알몸시위와 단식. 하지만 한 몸 같았던 노조로부터도 외면 당하고 그들의 '원직복직' 요구는 올해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작은 먼지로 존재했던 143명이 단련된 노동자로 서기까지의 투쟁을 담고 있는 영화는 '당신의 노동조합은 안녕한지..?'를 묻는 가슴 아픈 3년의 기록이다.


[평화의 시대 2000/ 감독 구재모, 김환태/ 제작 독립영상프로덕션 다큐이야기/ 60분/ 다큐멘터리]

부녀자 강간, 어린이 성추행, 소음과 환경파괴, 위협받는 안전… 미군의 주둔과 미군기지로 인한 피해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이 땅의 삶을 황폐화 시켰다. 물론 '미군'으로 표현되는 '군사적 폭력'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평화의 시대>는 매향리 문제를 비롯해 그 어느 해보다 주한미군의 폐악성이 많이 드러난 한해였지만 더디게만 변해가는 사회를 향해 던지는 감독의 뜻 있는 말걸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