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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단병호를 돌아보라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단식투쟁이 벌써 17일째다. 서울역 앞 천막에서 식음을 전폐한 그는 이 시대 모든 노동자들의 고난을 상징하고 있다.

대통령이 집단이기주의 엄단 방침을 밝힌 후 가장 먼저 짓밟힌 호텔롯데 노조 정주억 위원장은 지금 '집단이기주의'라는 낙인이 찍힌 채 수의를 입고 있다. 이랜드, 베스콘, 임창, 동우공영, 마마, 대상식품… 수많은 악덕기업의 노동자들 또한 폭염의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한달 60만원도 채 안 되는 월급, 노동자들의 요구에 콧방귀 뀌면서 교섭을 게을리 하는 기업주들, 날벼락 같은 사업장 폐쇄, 고의로 내는 부도 등등 우리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마치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다. 2천년 여름의 우리 사회 풍경은 두드려 맞고, 경찰에 쫓기고, 밥먹듯이 단식을 하고 그리고 법정에 끌려 다녀야 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에 찬 얼굴로 채워져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 우리는 8월 15일 전국노동자대회에 이미 총동원령을 내린 민주노총의 배수진에 악화일로를 치닫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다.

우리는 정부에 대하여 이같은 사태를 하루속히 수습할 것을 요구한다. "남북관계가 무르익고 민족의 대사를 치러야 할 판에 그리도 참을성이 없느냐"는 힐책은 다만 정부의 무능을 고백하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만 참으면 분배의 샘이 너희에게도 흘러 넘친다"는 과거의 약속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남북 간에 화해를 하는 마당에 지역, 계층 간에 화합을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대통령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정부는 최소한 단병호 위원장의 단식투쟁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호텔롯데와 사회보험 노조 파업을 폭력으로 진압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사과할 것. 곧 발표될 8․15 사면 때 구속 노동자 전원석방하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수배노동자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 등은 단병호 위원장과의 대화를 열어주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남북을 관통하고 대륙을 달릴 경의선 통일열차가 탈선하지 않기 위해서도 정부는 사태해결에 힘써야 한다. 행여 이산가족 상봉의 눈물 바다가 상황을 얼버무려줄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하다가는 끝내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