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기고> 인권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지놈 프로젝트


인간 유전체 지도의 초안 완성 발표로 세간이 떠들썩한 것 같다. 각종 질병의 정복과 수명연장에 대한 기대가 있는 한편 그것이 몰고 올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 글에선 인간 유전체 지도 완성의 과학적 의미나 사회적 함의에 대한 논의는 접어두고 당장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인권적 측면 특히 유전적 차별과 유전적 프라이버시에 관해 논해 보기로 하겠다. 인간 유전체 지도의 완성과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의 유전정보를 활용하는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예전에는 검사조차 할 수 없었던 많은 질병들을 사전에 검사할 수 있게 되었고 범죄자 식별․신원확인․친자확인 등에 유전정보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 국내에서도 일반화된 방법이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는 이같은 긍정적 측면을 압도하는 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으며 이런 우려는 이미 외국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에서는 개인의 유전 정보를 이용한 보험가입의 불이익과 고용 및 승진에서의 차별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사회적․법적 논의들도 활발히 진행되어, 실제로 30여 개 이상의 주에서 고용과 보험가입에 있어 유전적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연방법도 현재 의회에 상정되어 논의되고 있다. 고용 및 승진에서의 유전적 차별은 노동자의 현재의 능력과 건강상태를 무시하는 행위이며 이는 노동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작업장의 환경이나 조건을 개선해야할 필요성을 유전적 요인으로 돌리게 만든다. 또한 유전적 차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은 보험의 사회적 목적에 어긋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유전적 검사뿐만 아니라 개인의 유전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일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미 미국, 영국 등은 국가기관에서 범죄자 식별과 신원확인을 위해 개인의 유전정보를 데이터 베이스화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범죄자와 개인식별을 목적으로 구축한 이러한 유전적 정보 수집은 그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고용이나 보험의 정보로도 이용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범죄자 식별이라는 이름 하에 일반 개인에게 강제적인 유전자 검사를 강요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기구나 병원 등 사적 기관에 의한 유전정보의 수집과 보관은 새로운 통제와 감시,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본인의 동의 없이 자신의 신상정보가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는 데다 도․감청 및 사생활 보호 개념과 제도가 미약한 우리 현실을 돌아볼 때, 유전 정보의 수집과 보관으로 생길 문제들의 심각성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제 국내에서도 유전적 차별과 프라이버시에 관한 논의들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김병수 (인권운동사랑방 사회권위원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