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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유득형의 완전한 승리를 바란다


1980년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은 삼청교육대를 만들고 그 후속조치로서 사회보호법을 제정했다. 이것이 청송교도소 및 청송보호감호소의 출발점이다. 5만 7천명이라는 수용능력을 자랑하는 이 고립된 '육지의 섬'은 20년 동안 '인간 쓰레기'들의 정신을 뜯어고치는 '역사적 사명'을 수행해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청송에서도 뜯어고쳐지지 않았던 한 '인간 쓰레기'의 강인한 정신에 주목하게 된다. 유득형. 극한의 폭력을 몸으로 견디다 살아 돌아와 그 지옥을 준엄하게 고발하는 그에게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는 87년부터 두차례나 '청송'을 드나든 폭력 전과자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그가 자신의 존엄과 기본권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걸고 벌인 웅장한 투쟁 앞에서 한낱 왜소한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고립된 '육지의 섬'에서는 폭력, 억압, 비리 등 인간성에 대한 온갖 모멸이 고질화되고 기본적 인권 따위가 그림에 그려진 풍경화만도 못하는 장식물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유득형은 황당하게도 이런 곳에서 폭력교도관을 고소하고, 법무부 장관에 청원하고, 헌법재판소에 소원하기 위하여 처절한 투쟁을 벌인 것이다. 당연한 일로서 그의 소송서류 집필신청은 철두철미 묵살되었으며 다시 그에 대한 징벌조치와 무시무시한 고문으로 되돌아왔다. 그는 고통스럽게 묶인 채 6개월 동안이나 폐쇄독방에서 살아야 했으며 고문당하다 똥 오줌을 바지에 싸는 일은 예사였다. 그의 손목, 정강이 그리고 발목에는 지금도 흉한 쇠사슬 자국이 지워지지 않는 상흔으로 남아 있다.

얼마 전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유득형이 출소 후 제기한 소송 102건 중 민사 42건에 대한 일괄판결을 내렸다. 요컨대 집필을 방해한 처사는 국가의 불법행위로서 유득형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교도관의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판결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가 교도관의 부정한 행위를 고발하는 고소장을 방해받지 않고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은 획기적인 전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유득형의 몸에 남아 있는 참담한 상처와 청송 재소자들의 증언까지도 깡그리 외면하고 교도관의 가혹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기본적으로 교도관 편을 드는 비겁한 판결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점잖은 법원의 비겁함이 유득형의 승리를 '절반의 승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유득형은 앞으로도 험난한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우리는 그가 자신을 고문했던 교도관들, 그 중에서도 특히 박수현, 장원재, 김관부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 쓰레기'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도 그와 함께 영원히 이들의 이름을 기억할 것을 약속하고자 한다. <본보 6월 14일자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