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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네바 인권소식 ③〉 발전권, 개념을 넘어 이행으로

불평등한 국제경제구조가 걸림돌


"더이상 발전권의 개념을 갖고 논쟁할 때가 아닙니다. 이제는 이행의 책임을 받아들이고 굶주림, 영양실조, 문맹으로부터 세계를 자유롭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 '발전권'에 관한 독립적 전문가 아르준 셍굽타

지난달 27․28일, 유엔인권위원회에서는 '발전권'에 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올해 색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과 일본 등이 발전권을 '일단은' 인권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86년 발전권 선언 채택시 반대표를 던졌으며, 일본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런 주제는 국제무역기구, 세계은행 같은 공간에서 얘기돼야 할 것"이라며 발전과 인권을 무관하게 취급해온 대표적 국가이다.

하지만 '발전권의 실현방안'에 대해선 상당한 시각차이가 여전했다. 우선 외채탕감에 대해, 일본은 "발전의 권리는 개별 도상국이 선진국에게 원조를 주장하는 권리가 아니"라며 탐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마디가스카르 등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여러 정부 대표들은 "외채는 가난한 나라의 국민을 노예화하는 것은 물론, 발전권 실현의 큰 장애물"이라며 외채 탕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유시장의 확산을 핵심으로 하는 '세계화'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맞붙었다. 미국은 "자유로운 나라가 대부분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경향에서 보이듯, 자유로운 시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은근히 세계화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에 파키스탄은 "불공정한 세계 경제구조야말로 발전권 실현의 걸림돌"이라며 "인권위원회는 국제경제구조의 문제점을 치료하는데 관심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은 국제경제질서에 대한 민주적 의사 결정을 강조했다. 세계시민연합 등 인권단체들도 "국제경제질서의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난번 시애틀에서 보았듯 민중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다.

이 자리에는 세계은행 측 대표도 참석해 "우리는 줄곧 가난한 사람, 홈리스 등 힘없는 사람들을 깊이 염려해왔다"는 말을 보탰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에 쏟아진 비난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으로 보였다.

한편 회의장 주변에서는 티벳인들의 피켓시위와 인도네시아 인권단체들의 '불처벌에 관한 투쟁과 민주화 이행'이란 간담회 등 민간단체들의 행사가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한 명의 한국인도 눈에 띄었다. 지난 87년 1월 동진호 사건으로 납북된 아버지 최종식(55, 당시 동진27호 어로장) 씨의 사례를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해 온 최우영(31) 씨는 "납북자 문제가 정치적 이해관계의 도구가 아닌 인도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