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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수갑·포승 없인 재판 못해

고등법원, 무죄추정 원칙 증발


최근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수갑을 채우고 포승으로 결박한 채 재판을 하는 사례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광주지방법원 피고인 탈주사건 직후 김정길 법무부장관이 "흉악범 재판시 재판장과 상호 협의해 수갑과 포승을 한 채 재판을 진행하도록 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모두에게 수갑과 포승

인권운동사랑방이 실시한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10시에서 12시까지 서울고등법원 303호 법정과 403호 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피고인 30여명은 예외 없이 모두 수갑과 포승으로 신체를 구속당한 채 재판을 받았다. 그 중 수갑만을 찬 피고인은 20여명이며 이들은 대체로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던 반면에 변호인이 없는 피고인 10여명은 모두 수갑을 찰 뿐 아니라 포승으로 결박까지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미결수에게는 법정에서 사복을 착용할 것이 허용되어 있음에도 이 날 조사 대상이 된 30여명의 피고인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수의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상희 변호사는 "요즘 법정에서 시승·시갑된 피고인 수가 부쩍 증가한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우려를 표명한 후 "재판장은 각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면서 예외적으로 법정에서의 신체구속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 대법원 김용섭 공보관은 <인권하루소식> 기자의 전화 문의에 대하여 "인신구속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나 새로운 지침은 없었다"고 대답했다. 또한 서울고등법원 형사과 담당자도 "일률적으로 피고인에게 시승·시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사랑방', 대법·고법에 서면질의

한편 인권운동사랑방은 22일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 질의서를 보내 △최근 법정에서 피고인에 대해 시승·시갑을 하는 경우가 증가한 이유 △변호사 선임 여부가 피고인의 시승·시갑에 영향을 주는 지 여부 △판사가 각 사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피고인의 시승·시갑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지 △피고인 모두가 수의를 착용하는 것은 스스로 사복 보다 수의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인지 등에 대해 답변해줄 것을 요청했다.


관련 법조항

<형사소송법 280조> 공판정에서는 피고인의 신체를 구속하지 못한다. 다만, 재판장은 피고인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피고인의 신체의 구속을 명하거나 기타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