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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머나먼 재소자 집필권

사형수 전재천 씨 자서전 집필 좌초


감옥내 재소자의 집필권이 인정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엄격하게 제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의 '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대표 정귀순)에 따르면 "부산주례구치소에 수감중인 조선족 전재천 씨에게서 매달 서너통의 편지를 받고 있는데, 전 씨는 안부를 묻는 내용 이외에 자신의 성장과정 등에 대해서는 일체 쓸 수 없다"고 밝혔다. 정귀순 대표는 "전씨의 사례를 통해 중국 조선족들의 일반적인 삶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 그의 편지를 모으고 있었으나, 구치소 측에서 그의 글과 편지를 압수해 구상 자체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또한 전 씨는 98년 법무부장관 앞으로 탄원서를 보내려 했으나 구치소로부터 여러 번 저지 당하자 출소자를 통해 이를 내보낸 사실이 발각돼 일주일간 징벌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부산구치소 교무과는 "전 씨의 경우 자신의 성장과정을 쓰면서 범죄와 관련된 부분을 기술하거나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할 우려가 있어 집필을 제지한 적은 있지만 편지를 금지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법무부 교학과 이천봉 씨는 "감옥은 자유로운 곳이 아니기 때문에 제한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며 "자신의 범죄와 관련해 부당함을 주장하거나 소내 문제를 제기하려면 출소해서 집필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죄가로 인해 신체적 구금을 당하고 있는 재소자에게 집필권까지 박탈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반추할 기회조차 빼앗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국동포인 전 씨는 1996년 페스카마호 선상반란사건으로 사형이 확정돼 수감중이며, 공범 백충범 씨 등 5명은 무기수로 감형돼 전주, 김해 울산 등지에 수감돼 있다. 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은 현재 전 씨의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해설>

법무부의 '재소자 집필지침'에 따르면 소내 재소자의 모든 글은 검열의 대상이며, 자서전이나 문학작품 등의 집필은 사전에 소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책자로 발행될 경우 법무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허가를 받지 않은 집필은 회수돼 폐기되며, 허용시에도 단 한 권의 노트 소유만 인정되며, 본인이 영치를 요구하지 않았을 경우 노트 교체시 폐기하고 있다.

현재 집필할 수 없는 내용으로는 △범죄의 구성요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타재소자와의 부정연락 △교정직원이나 교정질서를 저해하는 내용 △수용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 등이다. 그러나 실제운영에서는 규제사항과 관련 없는 집필까지 제한하고 있으며, 규제사항도 구체적이지 않아 교도소나 구치소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