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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시평> ‘아줌마 부대’가 만드는 ‘조용한 혁명’

내가 일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들은 주부, 소위 ‘아줌마’부대들이다. 그 동안 시민운동은 집안 살림과 내 아이 잘 키우는 데만 극성떠는, 못 말리는 가족이기주의자로 비춰지는 아줌마들이 세상 바꾸는 일에 무슨 보탬이 될거나 하면서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동안 여성운동은 이들에게 ‘부엌에서 세상을 보자’고, 대문 밖 지역사회의 산적한 문제에 주인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열심히 일하다가도 남편의 반대로, 아이들 문제로 다시금 대문 안으로 꼭꼭 숨어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들은 지자체 의원으로 당선되어 꼼꼼한 의정활동을 하거나, 학교촌지거부운동과 우리 농산물, 환경을 살리는 생활협동조합운동 등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 없어서는 안될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누구의 말대로 지역사회 내에서 이들의 소리없는 움직임은 “조용한 혁명”을 만들어낸다.

얼마전 나는 인터넷을 통해 유럽에서 시작된 한 시민운동, CCC(Clean Clothes Campaign)을 알게되었다. 이 운동은 제3세계 의류공장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조건의 향상을 위해 1990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돼, 이제는 유럽과 북미로 확산된 운동이다. ‘깨끗한 옷’ 운동은 옷을 ‘만드는’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옷을 ‘팔고’, ‘사입는’ 사람들이 함께 나서서 기업윤리헌장을 만들고, 불매운동 등을 통해 기업에 압력을 가하자는 시민운동, 소비자운동이다. 하루에 12시간 이상 노동하고, 어린 여성노동자들이 성희롱을 당하는데도 노조조직과 단체교섭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이 의류여성노동자들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 캠페인은 10만여명이 참여하는 영향력 있는 운동이 되었다. 몇 년 전에 시작된 노 나이키(No, Nike)운동도 이 캠페인의 하나이다. 한 켤레에 75달러하는 나이키를 만드는 노동자의 일당이 하루생계비 4달러의 반인 2달러에도 못 미치지만, 유명운동선수인 타이거 우즈나 호나우도에게는 수백만달러를 주고 달리는 나이키광고판으로 쓴다. 이에 신발을 만드는 50만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압력으로 캐나다, 미국에서는 산발가게 앞 시위, 나이키후원거부 등의 시민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조용한 혁명’을 만들어내는 ‘아줌마’부대가 우리나라에서 ‘깨끗한 옷’ ‘노 나이키’같이 제3세계 노동자 인권을 생각하는 운동을 이끌어갈 수는 없을까. 이들이 학교대신 공장에서 일하는 자기애들 또래의 어린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알 기회를 계속 만들어 간다면, 올해 한국프로축구 ‘나이키올스타전’이 앞으로는 간단히 넘어갈 일은 아닐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