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난민지위 획득 가시밭길

출입국관리소, 신청서 접수조차 거부


난민으로 인정받기 원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난민심사를 위한 신청서조차 접수시키기 어려운 실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난민지위를 얻고자 하는 외국인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지위신청서를 접수시켜야 하며, 난민인정협의회의(법무부 등 7개 부처 참여)는 이 서류를 기초로 난민 여부를 심사․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일선 출입국관리소에서 외국인들의 난민지위 신청을 의도적으로 거부함으로써 외국인들이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한 심사 기회조차 박탈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청접수는 물자 낭비”

지난 9월 초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양천구 목동 소재)를 방문한 이라크 쿠르드족 부한 모하메드 씨는 난민지위신청서를 접수시키기 위해 힘든 실랑이를 벌여야했다. 담당 공무원이 몇마디 간단히 물어보더니 무조건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신청서를 작성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 이에 모하메드 씨와 동행했던 강금실 변호사가 말도 안되는 처사라며 강력히 항의하자 담당 공무원은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내에서 합법적인 체류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불법체류자들이 악용하고 있어 이곳에서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신청자들을 일차적으로 거르고 있다”며 신청서 작성과 접수를 모두 거부했다. 한 시간에 걸친 실랑이는 결국 강 변호사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서 모하메드 씨에 대한 난민지위신청을 요청해왔다”는 사실을 밝히자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이 모하메드 씨의 난민지위신청서를 접수하는 것으로 끝났다.

강 변호사는 “변호사와 동행한 경우가 이 정도인데 외국인 혼자 간다면 신청서 작성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난민여부는 난민인정협의회에서 판단할 일로 출입국관리소 공무원들이 판단해 난민지위신청서조차 작성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난민지위에 관한 국제조약 위반이며 동시에 국내법인 출입국관리법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민변 국제연대위원회(위원장 박찬운 변호사) 역시 “이러한 경우가 여러 명의 난민지위신청자들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며 법무부장관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보내는 한편 유엔에도 한국정부에 대해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출입국관리소측은 “국내 불법체류자들이 12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의 난민신청을 받는 것은 물적, 인적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난민신청대상자를 일차적으로 거를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이에 따라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대부분이 난민지위신청 절차도 제대로 밟아보지 못한 채 국내에서 강제추방 될 위기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