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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피난처 얻기도 힘들지만, 얻어도 지원은 전무"

세계 난민의 날 기념 심포…한국 난민보호제도 문제점 짚어


25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서울사무소 등 7개 단체가 공동 주관한 '제3회 세계 난민의 날 기념' 심포지움이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유엔은 국제적 난민보호 개념의 초석을 세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의 설립 50주년을 맞은 2001년부터 6월 20일을 '세계 난민의 날'로 정해 난민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구해왔다. 2002년 1월 현재, 박해 때문에 출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난민은 아시아에만 570만, 전세계적으로는 1200만에 달한다.

이날 심포지움에는 현재 난민인정절차를 담당하고 있는 법무부 체류심사과에서도 참여해 한국 난민보호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2001년 2월 국내에서 최초로 난민인정을 받은 에디오피아인 데구(Degu) 씨는 "난민인정으로 육체적 피난처는 얻었지만, 한국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거처와 장학금 지급, 보험료와 교통비 절감 등 기초적인 지원과 보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색한 난민인정뿐만 아니라, 이미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사후 조처도 중요하다는 것.

그러나 난민인정을 받기까지의 과정도 여전히 험난하다. 2003년 5월 현재 22개국 176명이 난민 신청을 했지만, 한국정부는 9명만을 난민으로 인정했다.

민변 난민법률지원위원장 박찬운 변호사는 △난민인정절차가 전문인력이 부족한 지방출입국관리사무소와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서 다뤄진다는 점 △난민인정심사에 국가정보원과 경찰,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참여해 인권의 시각이 아니라 국가안보적·치안유지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기각판정이 났을 때 이의 절차가 최초 인정절차와 동일해 불복수단으로서의 의미가 없다는 점 △난민 신청자에게 일시적 추방 제외조치 외에는 주거·취업 등 지원이 전무한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박 변호사는 대안으로 출신국 정치문제에 대한 난민들의 정치활동 보장 등 난민 신청자와 인정자에 대한 종합적인 처우개선책을 담은 '난민인정과 처우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제안했다. 또 현재 난민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사실상의 최종기구인 '난민인정협의회'를 폐지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난민심사를 위해 독립된 의결기구로 '난민인정위원회'를 전문가들을 모아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법무부 체류심사과의 김판준 계장은 "외국 사례를 수집하는 등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정부의 탄압에 맞서 치타공 산악지대에 거주하는 13개 소수민족의 자치권 보장을 위해 한국에서 활동중인 줌마네트워크(JPNK)의 로넬 차크마(Ronel Chakma) 사무국장은 "회원 10명이 지난해 10월 난민 신청을 했지만,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인정 결정까지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농촌 폐가를 빌려 마련한 단체사무실 임대료도 겨우 마련하고 있다"며 난민보호제도 개선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