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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불법연행 판친 8.15

경찰, 임신부까지 막무가내 연행

8․15 범민족 대회를 이유로 경찰이 무차별적인 강제연행을 일삼아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대에서 열린 범민족 대회에 참가하고 귀가하던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상임대표 오종렬, 상임대표) 회원 485명은 15일 행사를 마치고 지역으로 내려가던 도중 톨게이트와 고속도로 한 복판에서 강제로 차를 세운 경찰에 의해 무차별 연행됐다.

연행자들은 경찰이 검문의 이유도 밝히지 않고 미란다 원칙도 제시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차량을 경찰서로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이중에는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채 되돌아가던 버스도 있었는데 서울시경찰청 소속 51중대 전경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이 차량에 타고 있던 부산연합 회원 전원을 연행했다.

연행된 노수희 전국연합 공동의장과 홍번 전농부의장, 이규재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등 485명은 관악경찰서를 비롯해 성동, 북부, 송파 경찰서 등 20여 경찰서에 분산 수용돼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서대문 경찰서 등은 잠을 재우지 않은 채 철야 수사를 벌였으며, 청량리 경찰서를 비롯한 대부분의 경찰서들은 연행자들의 면회를 금지해 심한 반발을 샀다.

연행자들 중 일부는 16일 오후 10시 현재 훈방, 불구속 등의 처분을 받고 풀려났으나 일부는 아직 조사중이며 약 10여명에겐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한편 경찰의 불법연행은 임신부에게까지 미쳤다. 15일 후배를 만나기 위해 서울대에 들린 임신 4개월의 이아무개(28, 경기도 하남) 씨는 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서울대 정문에서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됐다. 경찰은 임신중이라고 주장하는 이 씨를 막무가내로 경찰차에 태웠으며 조사도 하지 않은 채 4시간 동안 차에 감금시킨 후 다음날 새벽에 풀어 주었다. 이 씨는 “경찰에게 몇 번이고 임신 중이며 후배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밝혔지만 경찰은 그 때마다 ‘이년, 저년’하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해왔다”며 “도대체 이 나라가 인권이 있는 나라인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한편 불교인권위원회 대표 진관스님이 16일 오후 3시 인권위 사무실 앞에서 연행됐다. 경찰은 진관스님이 범민련 중앙 통일선봉대 대장이란 이유로 사전체포영장을 발부해 놓은 상태였다. 현재 진관스님은 옥인동 대공분실에서 범민련 통일축전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의 무분별한 강제연행이 계속되자 전국연합, 민주노총, 민가협 등은 16일 오후 2시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 연행자들을 석방할 것과 인권유린 수사를 중지하고 관련 책임자를 처벌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8․15연행 구속자 석방 등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17일부터 명동성당과 경찰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고 이들의 석방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