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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2의 부평사태' 경악

경찰․구사대, 파업노동자 폭력진압


대우자동차 폭력 진압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파업노동자들에게 경찰이 폭력을 행사해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광주 하남공단 소재 캐리어주식회사(대표이사 토마스 데이비스, 아래 캐리어)에서는 지난 1일 파업중이던 사내하청 노동조합(아래 캐리어하청노조)의 농성장에 경찰과 경비용역 등이 들이닥쳐 파업노동자들을 폭력 진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는 정규직 노동자들마저 구사대로 가세해 충격을 주고 있다.

폭력 진압을 당한 캐리어하청노조 이경석 위원장 등 9명은 경찰의 진압봉과 경비 용역․정규직 조합원들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머리가 찢어지는 등 중상을 입었고, 경찰에 의해 연행되자마자 곧바로 광주 하남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송된 9명 가운데 이 위원장 등 4명은 2일 오전 광주 남부경찰서로 다시 연행됐으며, 이들에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경찰차량 내에서 쇠파이프 뭇매

앞서 29일에는 하청노조 소속 한승륙 조합원이 경찰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한 씨는 29일 새벽 3시경 구사대에 붙들려 한 차례 폭행을 당한 데 이어, 경찰에 인계된 후 경찰기동대 봉고차량 안에서 쇠파이프로 여러 차례 구타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은 “한 씨가 뇌출혈 증세를 보이고 호흡곤란과 극도의 공포감에서 오는 발작증세를 일으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주)캐리어, 불법 파견근로 지속

올해 2월 노조를 결성한 캐리어 하청노동자들은 다섯 차례에 걸친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노조활동 보장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따른 2년 이상 근무자의 정규직 인정 △시급 2천9백원으로 인상 등을 요구하며, 4월 20일부터 전면 파업중이었다.

캐리어는 6개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있지만, 동일한 작업라인에 정규직 노동자와 하청업체 노동자를 뒤섞어 배치한 뒤, 정규직 작업 지휘자가 작업을 일괄적으로 지시하고 잔업․특근 같은 근태 관리까지 직접 함으로써 사실상 ‘도급계약’이 아닌 ‘파견근로’ 형태의 부당노동행위를 지속해 왔다. ‘도급계약’은 도급업체가 일정한 물량이나 정해진 기간동안만 생산을 담당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작업 지시나 근태 관리는 하청업체가 직접 해야만 하는데 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법은 제조업의 직접 생산공정에 대한 파견 근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캐리어의 근로관계는 명백한 불법이다.

한편, 또 한차례의 폭력진압 소식에 노동계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4일 성명을 통해 “경찰이 4월 10일 폭력진압을 손톱만큼이라도 반성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금속연맹 광주전남본부는 캐리어 정규직 노동조합이 농성 진압에 가세한 것과 관련해, 금속연맹 본부에 징계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