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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스케치> 범국민추모제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 및 기념주간


허원근 23살, 84년 4월 2일 군복무 중 세 발의 총성을 입고 사망.

신호수 24살, 5․3 인천사태 후 간첩사건 연루 혐의로 86년 6월 19일 서울서부 경찰서에 연행돼 8일 뒤 발목에 수갑자국이 역력한채 목맨 사체로 발견.

노철승 23살, 근복무중 수배중인 형과 관련해 기무사에 연행된 후 사체로 발견.

이철규 25살, 조선대학교 교지발간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혐의로 수배중이던 지난 89년 5월 10일, 경찰의 불심검문에 쫓긴 일이 있은 7일 뒤 호숫가에서 온몸에 멍이든 사체로 발견.

공사로 파헤쳐진 명동성당 옆으로, 검은색 테두리를 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사진들이 걸렸다. 그 주제는 '의문사 진상규명'.

온몸에 멍이 든 채 벌거벗겨진 젊은이의 사진, 불에 태워져 형태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사진 등이 바쁘게 명동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았고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왜곡된 한국 현대사 속에서 이젠 사진으로밖에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그들을 기억하려는 사람들.

'열사들이 염원했던 세상 우리가 이룰 때입니다'란 주제아래 지난 7일부터 열린 제10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 거리전은 비록 많은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명동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거봐, 나 군대에 안 갈 거야"라고 친구에게 속삭이는 젊은이부터 "운동권들은 좋아하지 않는데 운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젊은 사람이 이렇게 죽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광주항쟁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죽어간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는 동국대 99학번 새내기.

"아직도 이런 사진들이 의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거리에 걸려야 하나…"라며 혀를 차는 아저씨.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사진을 응시했지만 한결같이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지 1년 반이 된 지금도, 6월 항쟁 12주년을 맞는 지금도 독재정권 하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사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추모 거리전은 명동성당 등에서 13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