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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매 맞은 것도 죄인가

철거민 폭행·강제연행, 성추행 의혹

폭행에 항의하던 철거민들이 또 다시 폭행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7일 오후 1시 "철거민 백석호동지 살인폭력 진짜주범 삼성처단과 민중생존권 쟁취"를 요구하며 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를 갖은 철거민 22명은 경찰에게 폭행당한 뒤 강제 연행됐다.

백석호(29) 씨는 지난 98년 3월 도원동 철거과정에서 신원미상의 사람들에게 집단폭행 당한 뒤 온몸에 3도 이상의 화상을 입고 지난 1년동안 한강성심병원에 입원중이다.<본지 98년 3월 31일자 참고>

이날 길을 가다 집회를 목격한 시민 김성렬(남) 씨는 "집회장 건너편에 있던 사람들이 망원렌즈를 들고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사진을 찍자 이를 본 집회 참석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와 사진을 찍지 말라고 요구하던 중 충돌이 발생했다"며 "곧 경찰이 달려왔지만 경찰들은 싸움을 건 사람들은 한 명도 연행하지 않고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만 강제로 연행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전상이(남) 씨 역시 "경찰이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폭행하며 강제로 경찰차에 태웠는데 이때 몇사람의 얼굴에서 피가 흘렀다"며 "왜 싸움을 건 사람들은 연행하지 않냐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집회참가자들만 연행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여했던 전국철거민연합 총무위원 문영임 씨는 연행자에 대한 성추행을 주장했다. 문 씨에 따르면 집회도중 이선민(여, 구리안창 주민)씨도 경찰에 연행됐는데 남대문서에 있는 이 씨를 면회했을 때 "강제연행 당시 전경들이 양쪽 팔과 다리를 꺽고 양쪽 유방을 주물러됐으며, 이에 몸을 흔들어 빠져 나오려 하자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를 만지작거렸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집회도중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삼성직원과 삼성측이 고용한 철거용역회사 다원건설(구 적준) 소속으로 알려졌다.

강제 연행된 철거민 22명은 중부서와 남대문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연행자들은 '싸움을 먼저 건 사람들은 놓아주고 오히려 피해자인 우리만 조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연행과정에서 폭행 당한 강현숙(여), 이병례(여) 씨 등 8명은 적십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폭행사태와 관련, 남대문서 수사 2계의 이상원 형사는 "이들이 집회장소를 이탈해 허가되지 않은 도로를 점거했다"며 "집시법 위반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 특별위원회와 IMF반대 범국민운동본부 등은 이날 폭행사태와 관련, 오는 9일 삼성 본관 앞에서 '집시법 악용하는 삼성재벌 규탄대회'를 갖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