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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집회의 자유’ 뿌리채 뽑힌다

집회참석 인원 제한 등, 집시법 개악 추진


시위의 권리에 대한 전면 도발에 나섰다. 경찰은 집시법 규정을 악용해 집회참가자들을 잇따라 연행하고, 검찰은 집회시위의 범위와 방법을 대폭 제한하는 쪽으로 집시법 개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5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지검 공안2부가 “서울 4대문 안쪽 등 주요 도심지의 집회참가 인원을 5백명으로 제한하고, 다른 지역은 집회인원을 1천명으로 제한”하는 쪽으로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노동자대회나 민중대회 등 각종 대규모 집회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만 열릴 수 있어, 사실상 집회의 의미를 갖기 어렵게 된다. 심지어 도심집회의 경우, 집회참석을 선착순으로 제한해야 될 판이다.

앞서 1일엔 집회와 시위에서의 대형앰프 사용을 금지하고 확성기 사용시간을 제한하겠다는 말을 흘리는 등,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뿌리 채 뒤흔드는 방안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당국이 언론을 통해 여론을 떠보는 수준이지만, 시민사회의 별다른 저항이 없을 경우 계획대로 집시법 개악이 추진될 상황이다.

집시법 개악에 앞서, 이미 집회의 자유를 위협하는 각종 조치와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대검 공안부는 시위참가자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섰으며, 경찰은 경미한 사안을 가지고도 집회참석자들을 마구 연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만 △7월 3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갖던 건설운송노조 조합원 40여명 연행. 사유 : 신고된 숫자인 50명을 넘어 80명이 집회에 참가했다는 것 △7월 3일 저녁 7시 55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하던 전교조 소속 교사 7명 연행. 사유 : 집회종료시간으로 예정되어 있는 7시 30분보다 25분을 초과해 집회를 진행했다는 것 등의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집회주최자가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 그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집시법 제14조), “위법사항이 있을 때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해산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때 해산을 명할 수 있다”(집시법 제18조)는 규정들을 근거로 대고 있지만, ‘현저한 일탈’이라거나 ‘상당한 시간’ 과 같은 모호한 규정을 악의적으로 적용한 사례로밖에 볼 수 없다.

한편으론 경찰 스스로 법을 무시하기도 한다. 종로경찰서측은 지난 6월 26일 청와대 앞에서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전개하던 참여연대 간사를 불법 연행․구금했다. 1인시위는 ‘집시법’에 규정된 ‘집회’에 해당되지 않으며, 따라서 이날 경찰의 조치는 합법적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당국이 겉으론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시위문화’의 정착을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 일련의 상황은 집회와 시위를 비롯한 국민의 ‘표현의 자유’ 전반에 재갈을 물리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