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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라

32개 시민사회단체, 군의문사 진상규명 촉구


자식을 군에서 잃고 소복을 입은 어머니들이 '죽음의 진실'을 밝히라며 국방부 노상에서 단식농성을 벌인지 9일 째,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다. 6일, 참여연대, 민변 등 32개 시민사회단체는 국방부 농성장 앞에서 '군의문사 유가족 강제연행 및 군의문사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참가단체들은 "자식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고 자식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아야 하는 부모의 아픔은 비극중의 비극"이라며 "국방 장관이 유가족들의 면담 요청을 받아들여 진지하게 대화에 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또한 "자식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죽기를 각오하는 이들의 처절한 행동은 결코 저절로 사그라지는 것도 아니고 힘으로 누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2일 밤 유가족들의 농성장에 사전 해산명령도 없이 경찰병력을 투입해 폭력을 휘두른 '국민의 정부'에 깊은 환멸을 느낀다고 비난하였다.(본지 6월 3일자 참조)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군 의문사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방안의 제시'를 촉구하였다. 이에 따르면, 군 의문사 사건을 군 스스로가 수사하는 근본적인 한계에서 진상이 은폐되고 있다. 문책을 우려하여 해당 부대의 지휘관이 진실을 은폐하는 악습과 군의 문제가 외부로 밝혀지는 것을 꺼리는 상황에서 군 스스로 수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진실을 은폐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보아도 '타살'이라고 확신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을 유독 군만이 '자살'이라 우겨왔다. 이에 참가단체들은 국방부가 아닌 '제3의 독립된 기관'에서 '처음부터 다시 조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였다.

이날 '전국군폭력 희생자 유가족 협회'(이하 전군협) 이혜숙 회장은 군의문사 경과보고를 하면서 시종 오열했다. "의문사 조사, 군에 맡길 수 없다"며 취재중인 기자들에게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큰절을 하며 절규하는 이 회장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이혜숙 회장은 작년 여름 외아들을 군에서 잃은 후 군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모든 이들의 어머니로 변신했다. 지난해 7월 20일, 아들의 사망소식을 접한 이 회장이 무너져 내리는 충격속에 부대에 도착했을 때 군이 내놓은 사망 원인은 '중과실에 의한 감전사'였다. 이때 부대 측은 '자살로 처리할 수도 있는데 순직 처리가 가능한 감전사로 처리하니 감사한 줄이나 알라'는 식으로 협박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꼬박 3일 밤낮을 부대 근처에 머물며 진실을 캐들어 갔다. 그 결과 박 일병을 폭행하고 감전사시킨 범인(상급자 윤 아무게 상병)을 잡아 낼 수 있었다. 이 사건 후 이씨는 군대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자식을 둔 유족들의 절박한 호소를 수없이 받게 되었다. 이 과정 속에서 이 회장은 자연스럽게 군대 의문사 장병들의 어머니로 나서게 되었고, 마침내 작년 12월 7일 '전군협'이 탄생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후 참가단체 대표들은 국방부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면담요청서'를 국방부 민원실에 접수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