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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군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가?

인권사회단체 국방부 발표 반박 기자회견

“아들이 죽은지 18년이 지난 지금, 슬픔과 애달픔이 얼마나 남아 있겠냐마는 국방부의 작태가 한심스럽다. 내 자식의 죽음이 타살로 밝혀지느냐 아니냐보단 더 많은 억울한 죽음의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소원이다. 마음놓고 군대에 갈 수 있는 나라, 죽음의 실체에 대해 알 수 있는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고 허원근 일병의 아버지 허영춘 씨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28일 국방부 특별조사단의 ‘자살’결과 발표에 대한 질타가 녹아있었다.

29일 오전 10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29개 인권사회단체는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고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 국방부 특조단 발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국방부 조사의 초점은 진실의 규명이 아니라 의문사위의 조사를 반박하는데 맞춰져 있었다”며 “국방부가 ‘의문사위가 이 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해서도 안되고, 조사하더라도 특조단의 조사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고 발표한 것은 오만함을 드러낸 것”이라 비난했다.

민변 김인회 변호사는 “허일병 사건은 공권력에 의한 인권탄압의 대표적 사례이며 전체 과거청산과 인권보장을 위한 시발점”이라며 “특조단의 발표는 초동수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증해 줬다. 객관성과 공정성이 단서이며, 이점에서 군의 역할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재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철학 신부(천주교인권위)는 “군대 내 사망사고가 있을 때마다 군에서는 하나같이 ‘소심한 성격, 여성문제, 돈문제, 군 생활에 대한 염증에 의한 자살’이라 한다”며 “군대 내 문제에 대한 자성, 폭력문화에 대한 각성을 찾아볼 수 없다.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밝히고 과오를 인정하는 것만이 군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 지적했다.

성실하지도 겸허하지도 않은 국방부 조사에 대한 기대와 신뢰는 일찌감치 없었다. 진실과 왜곡 사이, 그것을 메울 것은 독립된 수사기관에 의한 철저한 진상규명 뿐이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군의 명예만을 줄곧 외쳤지만 국방부는 정말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만이 억울한 죽음을 막는 길이다. 지금도 수많은 병사가 죽어가고 있다. 전쟁이 없어도 연평균 5백여명이 죽어간다. 군사단장이 수사지휘를 맡는 체계에서 진실규명을 기대할 수 없다. 독립적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는 군의문사 유가족들의 호소는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