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정형근 의원 심판모임’ 결성

서경원 전 의원 등 고문피해자 모여


“남산 안기부 지하실에서 허위자백을 강요받으며 조사 받던 중이었다. 어느 날 저녁 9시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어떤 남자에게 두들겨 맞아 피를 토해야 했는데 그 남자가 바로 정형근이었다. 정형근은 내 옷을 벗기고 군복으로 갈아 입히는가 하면, 맨발이던 내 발등을 구둣발로 짓밟았다. 마치 발레라도 하듯이 내 발등 위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다음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검은 페인트칠을 한 것 마냥 온통 잿빛이었다….”

10일 낮 12시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서경원 전 국회의원(89년 방북혐의로 복역)은 이렇게 증언했다. 이날 서경원 전 의원을 비롯, 방양균(전 서경원 의원 비서관, 방북 혐의 복역), 김삼석(93년 남매간첩단 사건으로 복역) 씨 등 과거 안기부에서 고문피해를 당했던 사람들은 ‘고문 국회의원 정형근을 심판하는 시민모임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과거 안기부 출신인 정형근 씨는 현재 한나라당 국회의원(부산북․강서갑)으로 활동중이다.

이번 모임 결성의 취지에 대해 서경원 전 의원은 “개인적인 보복 차원에서 정형근을 심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법을 어긴 사람은 누구나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고 여기엔 인권을 유린한 권력자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형근 심판 시민모임’은 앞으로 고문조작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재정신청 및 재심 관련법 개정 △유엔고문방지위원회 개인 제소관철과 유엔인권이사회 제소 △국가배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운동을 벌이기로 했으며, △고문조작피해 신고센터운영 △정보기관의 인권침해 감시 등의 활동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서경원, 방양균, 김삼석 씨 외에 김은주(남매간첩사건), 김성만(구미유학생사건) 씨등 고문 피해자들과 종교․사회단체 대표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