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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집> 제3회 인권영화제 상영작 소개 ③

‘집단적 광기와 그 희생자들’


2차대전의 나치와 일본, 원자폭탄, 그리고 ‘인종청소’의 광란이 자행됐던 20세기 후반의 발칸반도. 이같은 인간의 집단적 광기 속에 빚어진 참상과 그 속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네 편의 영화에 담겨 있다.

2차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을 소개하는 <그 시각 다른 곳에선>은 비디오 아티스트 출신의 감독이 기록 필름만으로 편집한 실험적 작품이다. 인권영화제 상영작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음향효과와 배경음악을 감상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쟁이 일어난 까닭은>은 영화의 제작국인 크로아티아 뿐 아니라, 전쟁의 상대방이었던 보스니아, 세르비아에서도 상영돼 각각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작품이다. 인권영화제의 몇 안 되는 드라마 가운데 한 작품이며, 전쟁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블랙코미티물로 관객들에게 많은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한국인 B, C급 전범의 기록>은 일본 영화학교 졸업생이 만든 작품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깔끔한 편집과 내용이 돋보이는 작품. 식민지 시대와 전쟁을 동시에 경험한 재일한국인들의 아픔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폭격편대>는 인권영화제의 양념과 같은 상영작으로 원자폭탄과 얽힌 세계 각국의 뒷얘기를 엮은 초단편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 그 시각 다른 곳에선
헝가리/1994년/52분/다큐멘터리 에세이/감독·제작 페테르 포르가치

2차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강점당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만 너무도 다른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기록필름들을 편집한 것으로만 이뤄진 이 영화는 페테르 포르가치의 “알려지지 않은 전쟁3부작” 중 3번째 작품이다.

1940년 나치 치하의 폴란드. 유태인 소녀 마리아와 독일인 소년 조지는 서로 사랑하게 된다. 소녀와 소년의 사랑은 나치에게 발각되고 이들은 광장에서 공개 처벌을 당한다. “나는 폴란드 돼지” “나는 독일의 배신자” 현대판 주홍글씨를 목에 걸고 머리를 강제로 깍이고...

이 두 어린이들의 공개적인 처벌을 작품의 주요한 줄거리로 진행시키면서 영화는 그 시각 다른 곳에선 얼마나 이들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상황들이 있는지 기록필름들의 생생한 장면으로 조합해 내며, 전쟁의 광기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의 높낮이를 관찰하고 있다. 94-95년 라이프찌히,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영화제 등에 초청된 작품이다.


■ 전쟁이 일어난 까닭은
크로아티아/1996년/97분/드라마/컬러/감독 빈코 브레산

1991년 유고슬라비아에서 전쟁이 일어나기 전날 밤, 크로아티아는 독립을 선포한다. 그러나 유고군대는 크로아티아 해안선 바로 앞 섬에 막사를 세워놓고 크로아티아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한 아버지가 그의 아들을 데리러 이 섬에 도착한다. 그러나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수많은 사건으로 그 섬은 혼란 속에 빠져 있었다.

감독 빈코 브레산은 시나리오 작가인 아버지 이보 브레산과 함께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썼다. 단순한 줄거리로 이어지는 이 작품은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군대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머와 따뜻함을 가지고 동시대의 아픔을 전하고 있는 흔치 않은 이 전쟁영화는 크로아티아 뿐 아니라 세르비아와 보스니아에서도 블록버스터의 인기를 누렸다.


■ 한국인 B, C 급 전범의 기록
일본/1997년/62분/다큐멘터리/컬러/감독 야스키 모토하시

사람들은 2차대전 중의 철도 건설과 같은 부역의 감독자들 중 많은 이들이 일본인에게 고용된 한국인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들은 부역자들을 직접 상대하면서 군의 혹독한 정책의 행사자가 되었고 그 결과로 종전 후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되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들이 일본전범들과 똑같은 비난을 받으면서도 한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본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생존자들은 일본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일본정부는 여전히 이들을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이 영화는 이 생존자들의 기구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 폭격편대
미국/1993년/7분/애니메이션 뮤지컬/컬러/감독 대본 벤 힐만

<폭격편대>는 원자폭탄을 만들어낸 무리들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뮤지컬이다.

미국, 뉴멕시코, 나치 독일, 영국 등 20세기 초 전세계 각국에선 저마다 원자폭탄을 먼저 만들어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었다. 스윙재즈의 리듬에 따라 펼쳐지는 원자폭탄의 이야기는 “만약 원자폭탄의 임자가 바뀌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아찔한 상상을 펼쳐 보인다. 장편영화로 완성되기 전단계의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