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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법원, 또 집회자유 제한

경찰청 앞 시위금지 처분 “적법” 판결


경찰청 앞에서의 집회금지 처분에 대해 법원이 “적법한 처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제6특별부(재판장 박재윤 판사)는 지난 6월 20일 인권운동사랑방이 ‘경찰청 정문 앞에서의 옥외집회 금지통고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을 17일 기각했다. <본지 6월 25일자 참조>

인권운동사랑방은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경찰청 정문 앞에서 ‘경찰의 불법불심검문에 대한 항의 및 피해자 선언대회’를 가지려 했으나, 관할 서대문경찰서는 “집회장소가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 해당하고, 교통소통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집회 금지를 통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원고가 개최하려는 옥외집회장소는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서의 집회에 해당하며 △경찰청 정문 앞에서 평일에 1백명이 운집해 3시간 동안 집회를 할 경우, 경찰업무의 특성상 긴급출동을 요하는 경찰공무원과 경찰청 소속 차량들의 통행에 방해가 될 것임은 물론, △일반 시민들과 경찰청을 방문하는 민원인들의 통행에 장애를 초래할 것이 명백하며 △집회 참가인원이나 규모, 집회의 성격으로 보아 차도를 통행하는 차량의 소통에도 지장을 줄 가능성이 많으므로 교통소통을 위해 집회를 금지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상당히 침해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집시법을 사실상 허가제로(법률상으론 신고제) 악용해온 경찰의 관행을 또 다시 방조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차병직 변호사는 “집시법은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더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므로 불가피하게 집회를 제한하려면 규정을 엄격히 해야 한다”며 “이번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주요도로에 접해 있고 일정한 이유를 대면 항상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해, 결국 집회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게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91년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집회 및 시위의 주최자로 하여금 미리 일정한 사항을 신고하게 하고 신고를 받은 관할 경찰서장이 제반 사항을 검토하여 일정한 경우 집회 및 시위의 금지를 통고할 수 있도록 한 집시법 제6조, 제8조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판결 91도1870)